굴스비, "과대광고는 실망을 낳을 것"... “'실망'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혁신 기대'는 미래 수요를 앞으로 끌어당긴 것... 경제 과열과 금리 상승 압력 우려
'혁신 기대'는 미래 수요를 앞으로 끌어당긴 것... 경제 과열과 금리 상승 압력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AI 혁신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이는 AI가 물가를 잡을 것이라는 시장의 낙관론을 정면 반박하는 것으로, 연차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내정자의 시각과도 배치돼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9일(현지시각) 배런스는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가려졌던 잔혹한 '경제적 청구서'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경제가 AI 혁명에 열광하며 돈을 쏟아붓는 사이, 이 비이성적 기대감이 오히려 경제를 과열시키고 물가를 자극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시장의 눈높이만큼 실질적인 생산성 도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최악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예고된 혁신'의 함정... 선반영된 소비가 물가 자극
굴스비 총재는 지난 9일 스탠퍼드 대학교 후버 연구소에서 열린 통화 정책 컨퍼런스에 참석해 "AI 생산성 증가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며 "기대치가 높을수록 경제적 우려는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핵심 논리는 '수요의 조기 집행'이다. 과거 1990년대 정보기술(IT) 붐 당시에는 생산성 향상이 예고 없이 찾아와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업과 가계가 미래의 AI 수익을 미리 예상하고 대출을 늘리거나 소비를 앞당기면서, 정작 생산성이 오르기도 전에 경제가 먼저 뜨거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경고등이 켜졌다. AI 데이터 센터 건설 급증으로 토지 가격과 비(非) AI 분야 반도체 칩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으며, 주가와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로 가계 소비가 무리하게 확대되고 있다. 반면, 미래의 부(富)에 대한 기대감으로 노동시장 참여율은 오히려 하락 조짐을 보이는 등 공급 측면의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성공해도 금리 인상, 실패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AI 혁신이 성공하더라도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굴스비 총재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1999년부터 2000년 사이 생산성 향상에 따른 수요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6차례나 인상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붐이 현실화되더라도 연준은 과열을 막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기대 배신(Disappointment)' 시나리오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AI 붐이 실현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라고 묻자, 굴스비 총재는 "단순한 경기 둔화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답했다. 생산성 증가는 없는데 이미 풀린 돈과 높아진 기대치가 물가만 밀어 올린 상태에서 경기가 꺾이면, 곧바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한다는 설명이다.
AI 혁신은 결과와 상관없이 중앙은행의 고심을 깊게 할 전망이다. 생산성 향상이 현실화될 경우 수요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며, 반대로 거품이 꺼지며 기대치 달성에 실패할 경우엔 저성장 속 물가만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어느 시나리오든 시장이 갈망하는 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먼 '고금리 장기화'의 확실한 근거가 되는 셈이다.
엇갈리는 연준 내부 시각... 차기 의장 낙관론에 '제동'
연준 내에서도 의견은 팽팽하게 갈린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굴스비 총재의 '자산 효과' 분석에 대해 "가계가 미래 수입을 담보로 즉각 소비를 늘린다는 데이터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티븐 데이비스 애틀랜타 연은 학자 역시 "AI 투자가 소수 기업에 집중되어 있어 경제 전반의 과열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는 11일 상원 승인을 거쳐 제17대 연준 의장 취임(15일 예정)을 앞둔 케빈 워시(Kevin Warsh) 내정자의 시각은 확고하다. 워시 내정자는 AI를 "생애 최고의 생산성 파도"라 부르며 강력한 저물가(디인플레이션) 요인으로 해석해왔다. 굴스비 총재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차기 의장의 낙관론에 정면으로 제동을 건 것이어서, 향후 연준 내부의 정책 주도권 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포인트
투자자와 업계에서는 앞으로 AI가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를 넘어 '고물가 압력'이 되는지 다음 3가지 핵심 지표를 통해 거품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
첫째, 빅테크 설비투자(CAPEX) 효율성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가 실제 기업들의 이익률 개선(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는가를 살펴야 한다.
둘째, 노동 생산성 지표다. 분기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과거 평균(약 1.5%)을 확실히 상회하는 흐름을 보여주는가도 중요하다.
셋째,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전이 여부다. 데이터 센터 증설에 따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가 공공요금 및 인프라 비용 인상을 부추겨 전반적인 물가를 밀어 올리는가도 확인해야 한다.
AI는 양날의 검이다. 기술적 진보가 우리 지갑을 채우는 속도보다 시장의 비이성적 기대감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속도가 빠르다면, 'AI 혁명'은 우리 경제에 감당하기 힘든 'AI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