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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다음은 LPDDR… 루빈이 촉발한 전공정 슈퍼사이클

엔비디아 루빈, 2027년 스마트폰 전체 합산 능가하는 LPDDR 소비 예고… 장비 시장도 슈퍼사이클 진입
서버용 LPDDR 폭발로 애플·삼성 스마트폰 공급망 충돌… 마이크론·SK하이닉스 LPCAMM2 양산 돌입·신규 팹 가속
일본 반도체제조장비협회(SEAJ), 오는 2026 회계연도 장비 판매액 5조 5004억 엔으로 두 자릿수 성장 전망
엔비디아가 출시할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이 오는 2027년 소비할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메모리 양은 전 세계 스마트폰 양대 산맥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연간 수요를 합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가 출시할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이 오는 2027년 소비할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메모리 양은 전 세계 스마트폰 양대 산맥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연간 수요를 합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지=제미나이3

왜 오는 2027년에는 최신 스마트폰을 사고 싶어도 공급 부족 탓에 발을 동동 구르거나 비싼 값을 치러야 할까. 인공지능(AI) 서버가 모바일 반도체 공급망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초대형 수급 역전 현상이 다가오고 있다.

정보기술(IT) 매체 Wccftech17(현지시각) 보도한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의 시장 추정치 기준 데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출시할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Rubin)’이 오는 2027년 소비할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메모리 양은 전 세계 스마트폰 양대 산맥인 애플과 삼성전자의 연간 수요를 합친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치는 루빈 GPU 대당 LPDDR 탑재량과 빅테크향 예상 출하량을 유기적으로 연산한 결과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가려졌던 LPDDR의 수급 역전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모바일 압도하는 AI () 수급 격변과 전공정의 낙수효과

인공지능 고도화가 초래한 반도체 생태계의 판도 변화는 수치로 증명된다. 루빈 플랫폼 가동에 따른 AI CPULPDDR 수요는 604100만 기가바이트(GB)에 달해, 애플(296600GB)과 삼성전자(272400GB)의 스마트폰 합산 수요(569000GB)6% 이상 웃돌 전망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첨단 메모리 증설 움직임은 장비 인프라 시장을 자극하는 강력한 추진력이다. 실제로 일본 SEAJ가 오는 2026 회계연도 자국산 반도체 장비 매출을 전년 대비 12% 증가한 55004억 엔(519600억 원)으로 고성장할 것이라 예측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HBM에 국한됐던 AI 수혜의 온기가 저전력 메모리로 번지면서, 원익IPS와 피에스케이, 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전공정 장비 회사들 역시 본격적인 수주 사이클에서 주요 후보군이다.

AI 서버로 가는 모바일 칩… 스마트폰 제조사 제조원가 압박


그동안 스마트폰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전유물로 여겨진 LPDDR은 고용량, 소형화, 저전력 특성 덕분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구현하는 AI 서버의 핵심 표준으로 급부상했다. 이는 전력 효율 중심의 AI 추론(Inference) 워크로드 확대로 LPDDR이 기존 서버용 DDR DRAM 일부를 대체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연산을 맡는 'GPU+HBM' 조합과 별개로, 데이터 제어와 병목 현상을 해결할 'CPU+LPDDR'의 역할 분리가 대세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256GB 용량의 LPDDR5X 소형 메모리 모듈(SOCAMM2)을 선보였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루빈 플랫폼에 탑재할 192GB LPDDR5X SOCAMM2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역시 최신 LPDDR 표준 양산 체제를 강화하며 급증하는 서버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버용 LPDDR5X 공급 단가가 모바일용을 웃돌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거인들의 생산 우선순위가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의 생산 능력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AI 서버 시장이 모바일 물량을 무서운 속도로 흡수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라인은 부품 부족과 단가 상승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났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원가 흡수력이 있는 플래그십 모델은 가격 인상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고, 마진이 박한 중저가 라인업은 출하량 자체가 감소하는 차별화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전공정 장비로 번진 불씨… 대형 투자 사이클이 온다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규 팹(Fab) 건설을 가속하면서, 반도체 장비 업계는 과거의 불황을 깨고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진입을 선언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의 지난 16일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장비 기업들은 일제히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쿄일렉트론(TEL) 카와이 토시키 사장은 "단순한 일시적 회복이 아니라 장기적인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대형 웨이퍼 성막 장비 기업인 고쿠사이 일렉트릭의 츠카다 카즈노리 사장도 "지난해 말부터 첨단 장비 문의가 급증하며 시장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TELHBM과 고용량 DRAM 적층화에 필수적인 첨단 에칭(식각) 장비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누적 매출 5000억 엔(47200억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크린홀딩스는 120억 엔(113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연구거점을 마련하고 세정 장비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러한 전방위적 투자 확대는 한국 반도체 장비 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증설의 수혜가 HBM 후공정 장비에 머무르지 않고 전공정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특히 초고층 적층 DRAM 확대 공정에 필수적인 식각 및 증착 장비 군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빅테크의 AI 수익화 속도가 지연될 경우 설비투자 속도조절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공존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장비 사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신소재 장비 다변화로 이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3가지 체크포인트


전통적인 3~5년 주기의 반도체 경기 순환(실리콘 사이클)은 거대한 AI 수요 덕분에 변동 폭이 완화되는 국면을 맞이했다. 향후 반도체 및 IT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좌우할 핵심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LPDDRHBM 사이의 가격 스프레드(단가 차이) 추이다. 두 고부가 제품 간의 마진 격차가 줄어들거나 LPDDR 단가가 치솟는 시점이 실제 서버 시장의 수급 역전을 방증하는 핵심 지표다.

둘째, 국내 전공정 장비 사 수주 잔고 추이다. 원익IPS, 피에스케이, 주성엔지니어링 등 한국 기업들의 분기별 수주액이 일본 SEAJ의 두 자릿수 성장 전망치와 동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스마트폰용 DRAM 고정거래가격 변동성이다. 모바일 LPDDR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는 시점과 단가 변동 흐름은 국내 메모리 제조사의 단기 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직접적인 지표가 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AI 혁명의 주인공이 단순히 연산용 GPUHBM에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하는 저전력 메모리와 전공정 인프라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AI가 촉발한 메모리 수급 역전 현상은 향후 수년간 글로벌 정보기술 산업과 주식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강력한 전환국면이 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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