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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안화, 유로의 전철 밟지 않으려면 '통제'부터 내려놔야"

다니엘 그로스 교수 인터뷰… "자본계정 개방 없는 국제화는 환상"
"정치적 신뢰가 기축통화의 핵심… 중국, 시장 통제권 포기 여부가 관건"
중국 위안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위안 지폐. 사진=로이터
유럽의 대표적 경제 석학이자 유로화 설계에 참여했던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 보코니 대학교 유럽 정책 결정 연구소 소장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을 향해 뼈아픈 조언을 건넸다.
그는 위안화가 진정한 글로벌 기축통화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국 통화 가치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스 교수는 2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가 걸어온 길을 반면교사 삼아 위안화의 한계와 기회를 냉철하게 분석했다.

◇ "기축통화의 대가는 통제권 상실"… 유로화가 준 교훈


그로스 교수는 유로화 창설 당시 달러의 지배력에 도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위안화가 국제화 과정에서 직면할 세 가지 핵심 장벽을 제시했다.

달러가 강력한 이유는 누구나 언제든 자금을 넣고 뺄 수 있는 깊고 유동적인 금융 시장 덕분이다. 반면 중국과 유럽은 여전히 은행 중심의 시스템에 갇혀 있어 증권 시장 기반의 달러 시스템을 극복하기 어렵다.

통화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전 세계가 그 통화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로스 교수는 "과거 독일이 도이치마르크의 국제화를 원치 않았던 이유는 환율 통제권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과연 위안화의 자유로운 변동을 허용할 준비가 되었는지 의문을 던졌다.

이미 전 세계가 달러를 공통분모로 거래하는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굳이 위안화로 갈아탈 유인이 부족하다는 점도 큰 장애물이다.

◇ "디지털 위안화·스테이블코인은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

그로스 교수는 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화폐들이 통화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결제 시스템이 매우 효율적이다. "국영 은행 계좌와 디지털 위안화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그는 디지털 통화가 국내 결제 효율성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보았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 간 송금이 어려운 소규모 거래나 법망을 피하려는 회색 경제에서나 유용할 뿐, 주류 금융 시장에서는 투명성과 지연 시간 문제로 기존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EU-중국 무역 긴장… "보호무역은 해답이 아니다"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과 유럽의 저성장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무역 분쟁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유럽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의 공세를 단순히 '보조금' 탓으로 돌리는 것을 경계했다. 중국의 높은 저축률과 수백만 명의 엔지니어 배출 등 인적 투자가 가져온 기술 경쟁력 강화는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의 보조금 덕분에 저렴해진 배터리를 수입하는 것이 유럽의 녹색 전환에 유리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이후 미국이 세계 무역 질서에서 탈퇴한 상황에서, 유럽이 보호무역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한국 경제 및 금융당국에 주는 시사점


위안화 국제화 추세를 지켜보며,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 개방과 변동성 수용 사이에서 정교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

은행 대출 중심의 금융 구조를 넘어 주식·채권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정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중·유럽 간의 무역 마찰 속에서 특정 시장에 매몰되지 않는 다자간 무역 전략을 유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초격차' 기술 경쟁력 확보만이 유일한 생존법임을 알아야 한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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