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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험대 오른 美-이란 휴전…동상이몽 속 위태로운 평행선

핵 농축 인정 vs 해체 정면충돌… 15개항과 10개항 사이 거대한 간극 드러나
네타냐후 “레바논은 제외” 선언에 지역 분쟁 불씨 여전… 무늬만 휴전 비판 고조
11일 파키스탄 회담 향방 주목… 근본적 합의 없는 ‘시한부 평화’ 위기감 확산
미국 뉴욕시에서 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란 분쟁 및 레바논과 가자지구 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시에서 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이란 분쟁 및 레바논과 가자지구 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란이 전격적인 휴전에 합의했으나, 양측이 공개한 입장은 공동의 합의점이라기보다 해결되지 않은 적대 행위 위에 덧씌워진 일시적인 중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부 사항이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드러난 양측의 요구 조건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이번 휴전이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핵·미사일 축소 대 농축 권리 인정… 타협점 없는 평행선


8일(현지시각) 이란 전문 뉴스 채널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양측의 가장 큰 격차는 핵 프로그램에서 드러났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미국의 15개 항 제안은 이란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축소, 나탄즈·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 폐쇄, 그리고 이란 영토 내 우라늄 농축 중단을 핵심으로 한다.

반면 이란이 공개한 10개 항 계획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테헤란은 우라늄 농축 권리의 명시적 인정을 요구하며, 향후 논의의 초점은 프로그램의 존폐가 아닌 '범위'에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라늄 농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이란 측은 페르시아어 보도 등을 통해 농축 수용이 휴전의 전제임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리 세력’ 무장 해제냐 ‘동맹국’ 보호냐… 지역 분쟁의 불씨


지역 안보와 직결된 민병대(대리 세력) 문제도 뇌관이다. 미국은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에 대한 자금 및 무기 지원 차단을 휴전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란은 이번 휴전이 이란 본토뿐만 아니라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공격 중단을 의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모순은 휴전 발표 직후 즉각 수면 위로 떠올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이번 휴전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 지속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쪽은 '해체'를, 다른 한쪽은 '보호'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지역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미군 철수… 전후 질서 주도권 다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방식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미국은 조건 없는 재개방을 원하고 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IRGC) 측 언론은 이번 휴전이 이란군의 감독 하에 통행을 허용하는 것이며 오만과 함께 통행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보도했다. 비록 오만이 통행료 부과 금지 협정에 서명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해협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이란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와 배상, 그리고 역내 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휴전을 단순한 교전 중단이 아닌, 기존의 압박 체제를 해체하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승리 담론에 가려진 불안한 미래


현재 워싱턴과 테헤란은 각자 이번 휴전을 자국 군사 및 외교 전략의 승리로 홍보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력한 압박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주장하고, 테헤란은 끈질긴 저항이 미국의 공세를 멈추게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휴전이 '평화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고한다. 휴전 첫날부터 이란 정유 시설 공격과 드론 활동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예정된 회담이 이 깊은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근본적인 원칙의 합의 없이 이뤄진 이번 '잠시 멈춤'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큰 충돌을 위한 재정비 시간이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인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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