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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위안화 동반 강세, ‘달러 패권’ 흔드나… 글로벌 자본 ‘대전환’ 시작

다카이치 총리 압승에 日 정치 불확실성 소멸… 엔화 155엔대 진입하며 숏커버링 가속
中 인민은행, 시중은행에 “美 국채 매입 제한” 지침… 위안화 6.91위안대로 급등
미국 재정 적자 우려 속 달러 신뢰 하락… 외환 시장 주식보다 먼저 ‘신뢰의 위기’ 반영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한 여성이 니케이 평균 주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9일 일본 도쿄의 한 증권사 앞에서 한 여성이 니케이 평균 주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최근 글로벌 외환 시장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전통적인 거시경제 위험에 둔감했던 엔화가 주식 시장보다 먼저 글로벌 정치·경제 변수들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금리 차이에 의한 변동을 넘어, 글로벌 자본이 안전 자산과 투자처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일본의 정치적 명확성, 엔화 강세의 도화선이 되다


10일(현지시간) 금융 정보 전문 플랫폼 인베즈(Invezz)와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엔화 강세는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단독 3분의 2(316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역사적 압승을 거두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간 일본 자산 가격에 반영되어 있던 ‘정치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제거되자, 엔화 매도(숏) 포지션에 치우쳤던 투기 세력들이 급격히 포지션을 정리하며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태도다. 엔화가 달러당 155엔대까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와 일본은행은 개입이나 경고 대신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는 현재의 엔화 강세가 시장의 자가 강화된 불안이 아니라, 질서 있는 포지션 조정 과정임을 당국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의 ‘조용한 습격’: 미국 국채 비중 축소

엔화 강세와 맞물린 위안화의 급등은 더욱 상징적이다. 중국 규제 당국이 시중은행들에 미국 국채 신규 매입을 제한하고 기존 보유 물량을 줄이도록 비공식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안화는 달러당 6.91위안대까지 치솟았다.

중국은 더 이상 약세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며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자산 다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채가 가진 ‘절대적 안전 자산’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중국을 필두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달러화 신뢰의 위기와 새로운 균형


결국 엔화와 위안화의 동반 강세 이면에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 저하’라는 공통 분모가 자리 잡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 적자와 불확실한 무역 정책, 그리고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달러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자본은 정직하다. 신뢰가 흔들리면 돈은 즉시 움직인다. 주식 시장이 배수 하락을 걱정하고 채권 시장이 금리 발작을 일으키기 전, 외환 시장은 이미 ‘상대적 안정성’에 대한 재평가를 끝냈다. 일본은 선거를 통해 신뢰를 회복했고, 중국은 경제적 리더십을 통해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주식 지수 너머, 통화 시장이 보내는 이 묵직한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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