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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없인 못 버텨"...넥스페리아 80억 달러 법정분쟁에 EU 화웨이 퇴출도 좌초

법원서 '기술이전 압박·임원 협박' 폭로전...자동차용 칩 40% 장악한 넥스페리아 경영권 다툼
혼다 1조4000억 원 손실·폭스바겐 생산중단 위기...중국 수출통제로 글로벌 공급망 마비
EU 5년간 화웨이 배제 권고했지만 27개국 중 10곳만 실행...폴란드 4G망 60%가 중국산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80억 달러 규모 경영권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이 5년간 중국 통신장비 퇴출을 압박했지만, 회원국 대다수가 실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80억 달러 규모 경영권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이 5년간 중국 통신장비 퇴출을 압박했지만, 회원국 대다수가 실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넥스페리아를 둘러싼 80억 달러(117200억 원) 규모 경영권 분쟁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5년간 중국 통신장비 퇴출을 압박했지만, 회원국 대다수가 실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면서, 유럽의 중국 기술 의존도 감축 노력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14(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기업법원에서 넥스페리아와 중국 대주주 윙테크테크놀로지 간 격렬한 법정 대결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폴란드 경제매체 방키에르는 EU 집행위원회가 5년간 화웨이 퇴출을 권고했지만, 중국 장비를 실제 철수한 회원국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두 사건은 유럽이 안보를 이유로 중국 기술 배제를 추진하면서도 경제적 의존도 때문에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원 협박·기술 중국 이전 압박" 법정서 폭로전


법원이 임명한 넥스페리아 이사 귀도 디릭은 이날 공청회에서 "윙테크 측 인사들이 개인 공격과 손해배상 청구로 넥스페리아 조직을 압박하고 있다""나를 포함한 임원 3명에게 은밀한 위협을 했다"고 주장했다. 넥스페리아 측은 윙테크가 유럽 밖으로 기술 이전을 압박했으며, 장쉐정 윙테크 창업자가 '프로젝트 레인보우'라는 명목으로 설계 데이터를 미국 서버에서 중국 서버로 옮기고 공급업체를 중국 업체로 교체하려 했다고 밝혔다.

분쟁이 공개된 뒤 중국 내 넥스페리아 법인은 윙테크 편에 서서 네덜란드 본사와 협력을 중단했다. 유럽 공장에서 생산한 웨이퍼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홍콩 물류센터로 보내던 제품 배송도 멈췄다. 넥스페리아 측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중국 법인이 독립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조짐이 보인다""기존 재고 절반을 중국 자동차 업체 BYD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윙테크는 유럽 경영진의 무능을 거론하며 맞섰다. 윙테크 측 변호사들은 "법원과 정부 개입 전 넥스페리아는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급작스러운 개입이 사업과 고객, 주주에게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손해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윙테크는 "네덜란드가 중국 투자자를 불공평하게 차별한다"며 네덜란드-중국 투자협정 10조를 근거로 국제중재에 회부하고 최대 80억 달러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암스테르담 기업법원은 지난해 10월 윙테크의 주식을 독립 수탁자 관리 하에 두고 장쉐정의 최고경영자(CEO) 직무를 정지시켰다. 법원은 다음달 17일 중국 설날 전 윙테크의 경영 방식에 대한 본격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조사가 시작되면 법원이 임명한 관리인의 넥스페리아 통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법원이 임명한 윙테크 주식 수탁자 아널드 크루아제 판 위헬런은 "넥스페리아 인수나 일부 지분 투자에 관심을 보인 곳들이 있다"고 밝혔으나 윙테크는 거부했다.

자동차용 칩 40% 장악...혼다 14000억 원 손실


이번 분쟁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자동차용 전력 제어칩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차지하며 연간 1100억 개 부품을 출하한다. 중국 둥관 공장이 연간 900억 개를 생산해 전체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중국이 지난해 10월 넥스페리아 칩 수출을 일시 통제하자 혼다는 북미 3개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3월 회계연도 말까지 96000만 달러(14000억 원) 영업이익 감소를 전망했다. 폭스바겐과 닛산, BMW, 메르세데스벤츠도 생산 차질을 겪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지난해 10"넥스페리아 칩 공급 중단이 즉시 해결되지 않으면 유럽 자동차 제조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기존 재고는 수 주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산 정상회담 이후 수출 통제를 완화했지만, 넥스페리아는 "공급망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가 생산하는 칩은 최첨단 제품이 아니라 검증된 성숙 공정 반도체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서 요구하는 AEC Q100, Q101 같은 엄격한 인증을 받아야 해 대체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 반도체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성숙 공정 반도체라도 전략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EU 화웨이 퇴출 5년째 표류...27개국 중 10곳만 실행


EU 집행위원회 토마스 레니에 대변인은 지난 13"중국 기업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 중단을 5년간 요구했지만, 중국 장비를 철수한 국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EU2020년 회원국들에게 화웨이와 ZTE 같은 '고위험' 공급업체를 핵심 인프라에서 배제할 것을 권고했고, 2024년에는 두 회사를 명시하며 권고안을 강화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8월 기준 27개 회원국 중 10~11개국만이 화웨이와 ZTE에 대한 명시적 배제 조치를 취했다. 독일은 올해 말까지 5G 핵심망에서 화웨이와 ZTE 부품을 제거하도록 통신사들과 합의했다. 스웨덴은 2020년 금지 조치를 내렸고 지난해 11일까지 제거를 명령했다.

반면 폴란드는 지난해 3월 디지털업무부를 통해 "통신망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금지나 제한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폴란드는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으며, 4세대(4G) 네트워크 인프라의 약 60%가 중국 공급업체에서 나온다. 슬로베니아는 2022년 고위험 제조업체 배제를 허용하는 전자통신법이 야당 반대로 부결됐다.

유럽전기통신사업자협회(ETNO)에 따르면 화웨이는 유럽에 1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벨기에·핀란드·프랑스·독일·아일랜드·이탈리아·스웨덴에 18개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ZTE 장비가 가격 경쟁력과 신뢰성을 갖춰 배제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 부위원장은 일부 공급업체 배제와 회원국들의 추가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다음주 사이버보안법 채택을 예정했으나 발표가 1주일 지연됐다.

기술 독립 명분과 경제 현실 사이 딜레마


두 사건은 유럽이 중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목표와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본사는 말레이시아에 3억 달러(4390억 원)를 투자해 중국 밖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중국 공장의 생산 규모가 워낙 커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

노키아와 에릭슨 같은 서유럽 대체 공급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화웨이에 밀려왔다. EU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유럽칩법을 추진 중이지만, 유럽회계감사원은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203011.7% 달성에 그칠 것"이라며 야심찬 목표와 불충분한 자금, 경쟁국의 인센티브 정책을 이유로 들었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의 중국 기술 의존도 감축 노력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기업들은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고 제조·조립·테스트가 어느 관할권에서 이뤄지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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