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제 vs 중국 견제, 30년 숙원 핵추진 잠수함 목표 놓고 시각 충돌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견제는 자연스러운 기대"
코들 제독은 이날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것은 이런 능력을 갖춘 나라에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전 세계에 배치하고, 지역 해군에서 글로벌 해군으로 나아갈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회담 뒤 양국이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14일 공동 설명자료에서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들 제독은 미국의 이번 결정을 "양국 모두에게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진행 과정이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북한 억제 vs 중국 견제, 한미 엇갈린 시각
문제는 한미 양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목표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추진 잠수함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한국 핵잠을 바라보고 있다. 코들 제독은 북한 해군 능력이 "여전히 지역 위협 수준이며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확보하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수준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234척의 군함을 보유해 미 해군(219척)을 이미 앞질렀다. 중국 해군 보유 군함의 70%가 2010년 이후 진수된 신형인 반면 미 해군은 같은 기간 진수된 군함 비율이 25%에 그쳐 상대적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장소를 두고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는 국내 건조를 전제로 협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법률·협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긴 여정 예상
코들 제독이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에는 넘어야 할 법적·정책적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다. 현행 협정은 한국이 핵연료를 군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협정 개정이나 별도 합의가 필요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호주가 미국·영국과 맺은 오커스(AUKUS) 협정과 유사한 형태로 미국이 핵연료를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한국은 핵연료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미국에서 공급받아 협정 범위 내에서 우회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미국 의회 승인 등 추가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잠수함이 건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핵잠 전략화까지 약 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국이 지역 안보와 글로벌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한 바 있어 중국 견제 역할을 강조하는 미국의 요구는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코들 제독은 이날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의 라틴아메리카 배치가 해군 전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배치 기간 연장은 함정과 유지보수에 영향을 준다"며 "7개월 배치를 약속했다면 7개월 시점에 복귀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