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 시장 전환 이끌던 핵심 인재 유출…AI 전략 리더십 공백
27조 손실·2만 5천명 감원 '고강도 개혁' 중 치명타…AI 인재 전쟁서 밀리나
27조 손실·2만 5천명 감원 '고강도 개혁' 중 치명타…AI 인재 전쟁서 밀리나
이미지 확대보기불과 7개월 전 인텔의 AI 전략 책임자로 임명되었던 카티는 이제 오픈AI에서 AGI(일반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설계를 맡게 된다.
핵심 인재의 유출로 인텔의 AI 부문에는 심각한 리더십 공백이 발생했다. 립부 탄 CEO가 공석이 된 AI 및 첨단 기술 그룹을 직접 이끌기로 했으나, 업계는 최고 AI 인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텔이 가속기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텔은 즉각 성명을 내고 "AI는 인텔의 가장 높은 전략적 우선순위 중 하나이며, 우리는 신흥 AI 워크로드 전반에 걸쳐 기술 및 제품 로드맵을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카티가 이끌던 부서는 2024년 인텔의 AI 칩 '가우디(Gaudi)' 매출 목표였던 5억 달러(약 7300억 원) 달성에도 실패한 바 있어, 내부적인 어려움을 방증하고 있다.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다"…27조 손실의 고강도 개혁
카티의 이적은 인텔이 2024년 188억 달러(약 27조 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한 뒤, 립부 탄 CEO 주도하에 고강도 개혁을 진행하는 와중에 터져 나온 악재다.
탄 CEO는 취임 직후 "더 이상 백지수표는 없다. 모든 투자는 경제적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선언하며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밀어붙여 왔다. 그는 과거 경영진의 전략 실패를 "수요 예측 없이 너무 이르게, 너무 많이 투자했다"고 질타하며, 독일과 폴란드에서 추진되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메가팹(Mega-fab)'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하고 약 2만 5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하는 중이다.
탄 CEO는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AI 훈련용 칩 시장에 대해 "훈련용 시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뛰어들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패배를 인정하며, 대신 성장하는 '추론(Inference)' 시장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모색해왔다.
'AI 추론'으로의 피벗, 핵심 설계자 잃다
이 중대한 임무를 맡아 실행해 온 인물이 사친 카티 전 CTO였다. 카티는 최근 "AI가 정적 훈련에서 실시간, 모든 곳에서의 추론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에이전트 AI가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추론 시장을 겨냥한 160GB 메모리의 '크레센트 아일랜드' GPU를 발표하는 등 인텔의 AI 전략을 구체화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인텔은 엔비디아, AMD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자체 칩을 개발하는 구글, AWS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과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심지어 카티가 합류한 오픈AI조차 맞춤형 가속기를 위해 인텔이 아닌 브로드컴과 협력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역시 3분기 23억 달러(약 3조 37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인텔은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인텔은 경쟁사인 엔비디아(50억 달러)와 소프트뱅크(20억 달러)로부터의 전략적 투자, 그리고 칩스법(CHIPS Act)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한 미국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립부 탄 CEO가 직접 AI 부문을 챙기며 위기 돌파를 시도하지만, AI 부활을 설계하던 핵심 임원이 오픈AI로 떠난 것은 '가장 야심 찬 AI는 인텔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시장의 냉혹한 인식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