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금융위기 예측 투자자, 엔비디아·팔란티어 겨냥…"AI 버블" 경고에 월가 요동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시 자료를 보면 버리가 운용하는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는 지난 9월 30일 기준 팔란티어에 9억 1200만 달러(약 1조 3200억 원), 엔비디아에 1억 8700만 달러(약 2700억 원) 어치 풋옵션을 보유했다. 풋옵션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옵션 계약이다. 이 두 종목은 사이언의 미국 주식 투자 공시 가치의 80%를 차지했다.
카프 CEO, 공매도 세력에 격앙된 반응
이날 팔란티어는 장중 한때 16%까지 떨어졌다가 거래 마감 기준 약 8% 내렸다. 엔비디아는 4%가량 내렸다. 이 여파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 나스닥 종합지수는 2%,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 각각 하락했다. 오라클과 AMD 등 AI 관련 주식들도 3.7%씩 떨어졌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버리를 겨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카프 CEO는 "돈을 벌고 있는 두 회사를 공매도하는 것은 극도로 이상하다"며 "칩과 온톨로지를 공매도 대상으로 삼는다는 생각은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AI 혁명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려 한다"며 "실제로 사람들을 돕고, 평범한 사람들이 돈을 벌게 했으며, 우리 군인들을 돕는 회사를 왜 꼭 골라서 공격하느냐"고 반발했다. 카프는 공매도 세력 움직임을 "시장 조작"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면 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적 호조에도 과도한 가치 평가 우려 커져
팔란티어는 지난 3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매출 11억 8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10억 9000만 달러, 약 1조 5700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은 4억 7560만 달러(약 6880억 원)로 40% 늘었다.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3억 9700만 달러(약 5740억 원)로 121% 급증했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기존 41억 5000만 달러(약 6조 원)에서 44억 달러(약 6조 3600억 원)로 높였다. 조정 영업이익률은 51%를 기록하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손꼽히는 수익성을 입증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건강한 성장 기업을 가리는 지표인 '룰 오브 40' 점수에서 114%를 달성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팔란티어의 과도한 기업가치 평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제퍼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는 "실적은 훌륭하지만, 기업가치 평가가 극단적"이라며 "2026년 예상 매출 대비 83배 수준은 위험 대비 보상 측면에서 불리하다"고 분석했다. 팔란티어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54배로, 엔비디아(35배)보다 7배 넘게 높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산지트 싱과 키스 와이스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팔란티어보다 나은 실적 흐름을 찾기 어렵다"며 "3분기 실적을 평가할 때 어떤 핵심 성과 지표가 가장 인상적인지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버블 경고와 시장 조정 전망 교차
버리는 '빅쇼트(The Big Short)'로 유명해진 투자자다. 2008년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이 이야기는 마이클 루이스의 책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현재 그의 헤지펀드는 약 1억 5500만 달러(약 2240억 원) 자산을 운용한다. 버리는 지난달 30일 엑스(X)에 "때로 우리는 버블을 본다. 때로는 그에 대응할 방법이 있다. 때로는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승리 전략"이라고 암시적 경고를 남긴 바 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와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는 최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리더 투자 서밋에서 앞으로 수년간 "10~15%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픽 CEO는 "거시경제 절벽 효과가 아닌 정상적인 투자 사이클의 한 부분으로 조정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테크 애널리스트는 이와 다른 견해를 냈다. 그는 "버리의 투자는 극장에서 불을 외치는 것과 같다"며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모두 강력한 재무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이브스는 AI 상승세가 앞으로 2~3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했다.
가이드스톤펀드의 조시 채스턴트 투자전문가는 "실적은 정말 좋았다. 다만 현재 기술주 공간에서 극단적 기업가치 평가의 대표 사례로 보이는 수준을 정당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시장이 숨을 고르고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팔란티어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73% 올랐고, 엔비디아는 54% 상승하며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230조 원)를 넘어섰다. 두 회사 모두 AI 투자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혀 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