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소비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앞두고 이른바 ‘할인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잇따른 세일 공세에 무뎌진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보다 ‘가치와 품질’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NBC는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22일(현지시각) 이같이 전했다.
◇ “할인만으로는 안 통한다”…가격 중요도 13%↓
CNBC에 따르면 앨릭스파트너스가 미국 소비자 9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140개 소매업체와 9개 패션 분야에 걸쳐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이 ‘가격’에 부여한 중요도는 지난해보다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을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소비자 비율도 전년 대비 30% 감소했으며 저가 브랜드 중심의 ‘오프프라이스’ 부문에서도 할인보다 품질·브랜드 이미지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더 이상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으며 할인을 당연하게 여기는 심리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여파…소비자 피로 누적
이같은 현상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수십 개국 제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한 조치의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앨릭스파트너스의 글로벌 패션 부문 대표이자 보고서 저자인 소니아 라핀스키는 “소매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연중 내내 세일을 이어가면서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가격 인하보다 매장 간 가격 일관성, 품질 대비 가치, 구매 경험 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 매장 방문은 늘었지만 체류·구매는 줄어
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소비자의 60% 이상이 패션 제품의 절반 이상을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계획이지만 매장 내 체류 시간은 최근 2년간 3% 줄었고 평균 구매량도 5% 감소했다.
라핀스키는 “발길은 늘었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매장 경험이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단순 세일로는 매출 못 올린다”…명품업계가 경고 사례
이번 조사 결과는 경기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고용시장 불안 속에 소매업계가 맞이할 ‘약한 연말 쇼핑 시즌’의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라핀스키는 “소매업체들이 전통적으로 활용하던 할인 전략이 더는 소비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으며 관세 부담까지 겹쳐 그 효과는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급등 사례를 ‘경고의 신호’로 지목했다. 예컨대 샤넬의 대표 가방은 2019년 5800달러(약 824만 원)에서 2025년 1만1300달러(약 1천604만 원)으로 거의 두 배 올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명품 대신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품질을 낮춰 가격 인상을 방어하려는 시도는 브랜드 신뢰도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