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긴장과 셧다운 여파로 투자자들 금으로 쏠려...ETF 수요로 지지선 확보 기대

이달 초에만 해도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 셧다운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가격이 급등했으나, 지난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12% 넘게 급락하며 지지선인 11만 달러도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한국 시각으로 17일 오전 7시27분 현재 전일 대비 2.86% 하락한 10만8148.35달러에 거래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을 대거 보유한 고래의 매도, 가격 하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 급증 및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 긴장 재점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날은 미국 지역은행들의 부실 대출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신용 불안 우려가 확산하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한층 부각되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매도세가 더 거세졌다.
비트코인은 앞서 지난 1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자 12만1000달러에서 10만4000달러까지 수직 낙하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금값이 이날 온스당 4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금값은 최근 한 달 새 17% 급등했지만,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8% 하락했다.
펀드스트랫의 션 패럴 디지털 자산 전략 책임자는 야후파이낸스에 “현재 투자자금이 명확히 모멘텀과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금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들이 구조적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어 금 거래에는 일종의 안전판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금이 암호화폐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을 회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TF 수요가 바닥 역할” 기대
월가의 에드 야데니 전략가는 전날 보고서에서 지난주 비트코인 급락 원인을 분석했다.
야데니는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이 비트코인 급락을 부추겼다”면서 “급락 과정에서 유동성이 말라버렸고, 암호화폐 선물과 레버리지 포지션에서 총 190억 달러 이상이 청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자, 거래 플랫폼들이 더 큰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 포지션을 자동으로 청산했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강세론자들은 10월을 강세장으로 기대하며 출발했다. 컴퍼스 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12년 중 10년간 10월에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0월에 비트코인이 상승하는 경향을 반영한 ‘Up(상승)’과 ‘October(10월)’의 합성어인 ‘업토버(Uptober)’ 기대감이 강했으나 시장 분위기가 정반대로 흐르자 올해는 업토버가 실종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과 미국 정부 셧다운 지속 등 거시경제 불안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비관적 전망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저변의 강세 요인에 여전히 주목하고 있다. 21셰어스의 맷 메나 암호화폐 리서치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거시경제의 교차적 악재와 공격적 레버리지 청산 속에서도 견고함을 보이는 것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과 미국의 완화적 정책 전망이라는 구조적 수요가 여전히 바닥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미국 ETF로 60억 달러 이상이 유입됐으며 “레버리지가 정리되고 정책 완화가 임박한 상황에서 연말까지의 시장 환경은 점점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 기관 수요가 유지될 경우 15만 달러로의 비트코인 상승 경로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