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로 재정 적자·정치권 개입·고용·물가 동시 대응 ‘역부족’

국가부채 부담, 금리조정으론 한계
패트릭 하커 전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는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나 0.5%포인트 조정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국가부채와 재정 적자를 완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연준에 경제문제 해법을 기대하지만, 재정 측면의 근본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지난해 10월~올해 9월) 연방정부 재정 적자는 1조8000억 달러(약 2555조 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이다.
정치권 개입, 연준 독립성 최대 위협
하커 전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 해임을 공개 언급하고, 연준 이사 퇴진을 압박하며, 지역 연방준비은행 존폐를 거론하는 등 정치권의 통화정책 개입 시도가 연준 독립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도 “역대 대통령과 달리 현 행정부의 연이은 공격은 악의적이며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고용 둔화·물가 상승 딜레마
로레타 메스터 전 총재는 “고용이 냉각되는 동시에 물가가 상승해 통화정책 판단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셧다운으로 경제 지표 발표가 지연되면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해진 점도 문제로 꼽았다. 클리블랜드 연준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 모델은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2.93%에 이를 것으로 본다. 파월 의장은 “고용과 물가 목표 간 긴장 관계를 헤쳐 나갈 ‘위험 부담 없는 길’은 없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속도 두고 엇갈린 시각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4.00~4.25%로 조정했다. 찰스 에반스 전 시카고 연준 총재는 “중립금리에 가까워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추가 인하가 노동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클리블랜드 연준은 중립금리를 명목 기준 3.7%로 추정한다. 반면 하커 전 총재는 “한두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중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메스터 전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이나 지난달 인하는 무리가 없지만, 관세 인상이 지속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달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확률을 97%로 본다. 12월에도 추가 인하가 점쳐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