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24,000TEU급 미(美)보다 880억 싸고 적재량 6배 ‘압도’
한화, 10억 달러 ‘로봇 공장’ 승부수… 미(美) 인력난 해결사 급부상
워싱턴의 SOS… “한국은 단순 파트너 아닌 안보 공급망의 구세주”
한화, 10억 달러 ‘로봇 공장’ 승부수… 미(美) 인력난 해결사 급부상
워싱턴의 SOS… “한국은 단순 파트너 아닌 안보 공급망의 구세주”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 유력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와 미 군사 전문지 디펜스뉴스는 15일(현지시각) 각각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산업 능력이 미국 방위 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군함 건조, 한국은 ‘5년·5억 달러’ vs 미국은 ‘9년·25억 달러’
미국 해군력이 비용 상승과 건조 지연이라는 늪에 빠진 사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은 수치로 증명됐다. 스팀슨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 조선소는 가격과 납기 모든 면에서 미국을 압도한다.
가장 극적인 대비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비용에서 나타난다.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선박 비용은 2억 7200만 달러(약 3900억 원)다. 반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만드는 ‘알로하급’ 선박은 고작 3600TEU를 싣는데도 비용은 3억 3450만 달러(약 4900억 원)에 이른다. 한국이 미국보다 6000만 달러(약 880억 원) 이상 저렴하면서도 6배 넘는 화물을 실어 나르는 선박을 만드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는 군함 건조 분야에서 더욱 벌어진다. 미 해군의 주력인 알리버크급 이지스 구축함(DDG Flight III)은 건조부터 인도까지 평균 9년이 걸리며 척당 비용은 25억 달러(약 3조6700억 원)를 웃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의 ‘정조대왕함’(KDX-III 배치-II)은 계약부터 취역까지 5년이면 충분하다. 비용은 약 5억6500만 달러(약 8300억 원)로, 미 구축함의 5분의 1 수준이다. 무장과 성능이 대등함에도 한국 조선소는 절반의 공기로 5척을 만들 비용으로 미국은 겨우 1척을 만드는 현실이다.
스팀슨센터는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상선 인도의 21%인 230척을 쏟아냈다”며 “첨단 공학 기술과 간소화된 공정이 결합해 납기를 지키면서도 원가를 낮추는 ‘한국형 조선 모델’이 미국에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한화, 10억 달러 베팅… 미(美) 탄약고 직접 채운다
바다에서 조선업이 격차를 증명했다면, 육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탄약 공급망의 ‘심장부’로 진입을 시도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갈된 미군의 탄약 재고를 채우고자 한국 기업이 직접 미국 땅에 공장을 짓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디펜스뉴스는 1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에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를 투자해 자동화 탄약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 공장은 155mm 포탄의 핵심인 추진제와 모듈형 장약(MCS)을 생산한다. 줄리아나 김 한화 정밀유도무기 사업부 프로젝트 리더는 지난달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미국산 원자재를 사용해 완전히 현지화된 모듈형 장약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화는 오는 2026년 3분기 첫 삽을 뜨고 3년 내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장이 가동하면 연간 5억 달러(약 73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특히 사거리를 연장하는 핵심 기술인 ‘베이스 블리드(Base Bleed)’ 라인 구축에만 2억 4000만 달러(약 35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하청 생산을 넘어, 미국 방위산업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한국의 자동화 기술로 뚫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력 절벽’ 맞닥뜨린 美 방산… 한화의 ‘무인 자동화’가 구원투수
미국 방위산업계가 고질적인 ‘숙련공 부족(Labor Shortage)’ 현상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시한 ‘완전 자동화(Fully Automated)’ 공정 모델이 미 노동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것을 넘어, 사람을 구하지 못해 멈춰 선 미국 탄약 공급망에 ‘로봇 제조’라는 새로운 해법을 이식한다는 분석이다.
15일 디펜스뉴스 보도와 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한화가 미국에 건설할 추진제 공장의 핵심 경쟁력은 ‘수직 계열화된 자동화 생산 능력’이다. 줄리아나 김 한화 정밀유도무기 사업부 프로젝트 리더는 “우리의 목표는 완전 자동화된 생산 능력을 미국에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위험한 폭발물을 다루는 공정 특성상 인력 확보가 가장 큰 난관인 미 방산업계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준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방산업협회(NDIA) 등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이 겪는 탄약 생산 병목 현상의 주원인으로 설비 노후화와 함께 ‘숙련된 기술 인력의 고령화 및 은퇴’를 꼽는다. 위험한 화약 공장에서 일하려는 젊은 인력이 줄어들면서, 돈이 있어도 생산 라인을 돌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의 자동화 기술은 ‘일자리 뺏기’가 아닌 ‘공급망 복원’의 열쇠로 작용한다. 인력이 필요한 위험 공정을 자동화 기계가 대체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안전 사고 위험은 낮춘다.
워싱턴의 방산 소식통은 “한화의 투자는 단순한 제조 시설 확충이 아니라, 노동 집약적이던 재래식 무기 생산을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라며 “현지에서는 단순 노무직 대신 자동화 설비를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고숙련 엔지니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화의 10억 달러 투입은 미국이 직면한 ‘인력난’이라는 리스크를 한국의 ‘제조 기술’로 헤징(Hedging)하는 한·미 방산 동맹의 고도화된 협력 모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분산 생산’이 대세… 진화하는 한·미 방산 동맹
미국은 이제 자국 생산만 고집하지 않는다. 동맹국의 생산 기지를 적극 활용하는 ‘분산 생산(Distributed Production)’ 전략으로 선회했다. 호주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록히드마틴은 지난 5일 호주 포트 웨이크필드에 유도무기 공장을 열고 GMLRS(유도 다연장 로켓) 조립을 시작했다. 미국 밖에서 GMLRS를 만드는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 거대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탄두·추진체 생산의 90%를 점유하며 검증된 능력을 보유했다. 현재 건설 중인 보은 공장이 2027년 가동을 시작하면 수출용 장약 생산 능력은 두 배로 뛴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가성비’와 ‘속도’를 갖춘 파트너를 찾을 때, 한국은 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국 조선소의 유지·보수·정비(MRO) 참여를 넘어 함정 건조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탄약 생산의 상당 부분을 한국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은, 한국 방위산업이 ‘변방의 파트너’에서 ‘글로벌 안보의 핵심축’으로 도약하는 역사적 변곡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