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삼성·마이크론, AI 수요 폭발에 낸드 가격 30% 인상

AI발 수요 폭증에 공급 조절…낸드 업계, 1년 만에 가격 주도권
기업용서 번진 가격 인상, 소비자 SSD 시장 직격탄 예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수요 폭증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시장 전반에 가격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SSD 기판에 탑재된 낸드플래시 메모리 칩.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수요 폭증으로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SSD를 포함한 저장장치 시장 전반에 가격 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은 SSD 기판에 탑재된 낸드플래시 메모리 칩. 사진=삼성전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촉발한 수요 폭발이 저장장치(스토리지)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훈련에 필요한 데이터 저장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 웨스턴 디지털(WD), 마이크론 등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기업용 저장장치 가격을 최대 30%까지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메모리 업계가 AI를 발판 삼아 1년 만에 가격 주도권을 되찾는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용 시장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파장이 일반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까지 덮치면서 PC와 게임 업계의 공급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IT전문 매체 WCCF테크와 공급망 소식통에 따르면 웨스턴 디지털, 샌디스크, 마이크론 등 주요 낸드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 주요 공급업체들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신규 견적 제공을 중단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통상적으로 광범위한 가격 인상을 앞두고 나타나는 강력한 신호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업별로 보면 웨스턴 디지털은 최근 공식적으로 낸드 가격 구조 변경을 발표했으며, 자회사인 샌디스크는 낸드 제품 가격을 최대 1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3대 낸드 제조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은 최대 30%에 달하는 공격적인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이런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321단 TLC 기반 4D 낸드 양산에 돌입하는 등 초고층 낸드 기술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AI가 부른 저장장치 특수


가격 급등의 진원지는 단연 AI 데이터센터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세트가 필요한데, 기업용 저장장치가 이를 담는 핵심 저장 공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NVMe SSD는 학습 과정에서 빠른 데이터 입출력(I/O)을 담당하고, 대용량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는 원시 데이터세트를 보관하는 '콜드 스토리지'로 활용도가 높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면서 기업용 저장장치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낸드 제조사들은 바로 이 AI 특수를 기회로 삼아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이다.

HDD는 낸드 칩을 직접 사용하지 않아 SSD만큼 가격 인상 폭이 공격적이지는 않겠지만, 데이터센터의 주문량 자체가 커지면서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1년 만의 반전…소비자 시장도 영향권


이번 가격 인상 움직임은 불과 1년 전과는 180도 달라진 시장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해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용 IT 기기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낸드 업계는 재고 증가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그러나 AI가 촉발한 수요가 공급 부족 현상을 만들면서 메모리 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회복되고, 구조적인 실적 호전으로 이어지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기업용 시장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 파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산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PC의 핵심 부품인 소비자용 SSD 가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2TB 이상의 고용량 NVMe SSD 등 고성능 제품군부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고사양 PC를 필요로 하는 게이머들과 일반 PC 사용자들은 앞으로 몇 주 안에 가파른 가격 상승에 직면할 수 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또 다른 형태의 부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