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가운데 엔비디아에 대해 가장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루리아는 엔비디아 추천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높였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이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로 사실상 전환한 오라클의 장밋빛 전망이 루리아의 ‘개종’ 배경이다.
중립에서 매수로
목표주가도 195달러였던 것을 210달러로 끌어올렸다.
루리아는 월스트리트에 몇 안 되는 엔비디아 비관론자였지만 이날 엔비디아에 대한 평가를 바꿨다.
그는 인공지능(AI) 컴퓨팅 수요 증가세가 내년, 아마도 그 이후까지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지속하기에 충분할 만큼의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못 박았다. 루리아는 엔비디아의 순항에 걸림돌이 될 악재들이 여전히 일부 남아있다면서도 이 악재들은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돌릴 만큼 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라클
루리아가 마음을 돌리도록 만든 최대 배경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9일 장 마감 뒤 분기실적 발표에서 8월말 마감한 2026 회계연도 1분기에이른바 ‘미이행 의무(RPO)’ 규모가 1년 전보다 350% 넘게 폭증한 4550억 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RPO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을 맺기는 했지만 아직 재화나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아 매출로 잡히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라클은 1회계분기에 RPO 규모가 3170억 달러 늘었고, 이 가운데 챗GPT 업체 오픈AI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5년에 걸쳐 300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오라클이 오픈AI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BNP파리바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오코너는 분석노트에서 훈련과 추론 모두에서 AI 수요가 탄탄하다면서 이는 이에 필요한 그래픽반도체(GPU)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오코너는 오라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클라우드 대여 매출로 5000억 달러를 확보하면 이는 5기가와트짜리 데이터센터 용량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AI 반도체에 약 1000억 달러 투자가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코너는 엔비디아 매수를 추천하고 목표주가로 240달러를 제시했다.
5년 사이 주가 1340% 폭등
엔비디아는 AI를 구축하고 훈련하는 데 꼭 필요한 AI 반도체에 힘입어 주가가 수 년 사이 폭등했다.
컴퓨터 출범 이후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가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지만 게임과 AI가 붐을 타면서 엔비디아가 장악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반도체 시장의 주력으로 부상한 덕이다.
CPU는 복잡하고 다양한 작업을 순차적으로, 직렬로 처리하는 데 반해 GPU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동시에, 병렬로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소수의 강력한 코어를 갖춘 CPU와 달리 GPU는 수백, 수천개 작은 코어로 구성돼 병렬 연산에 최적화돼있다. AI, 딥러닝, 빅데이터 처리에 탁월하다.
AI GPU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덕분에 주가가 지난 5년 사이 폭등했다.
더모틀리풀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이 기간 1340% 폭등했다.
5년 전인 2020년 9월 엔비디아 주식 1만 달러어치를 샀다면 그 주식 평가액은 현재 14만4080달러에 이른다.
엔비디아 매출은 이 기간(2021회계연도 2분기~2026회계연도 2분기) 12배 폭증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엔비디아 연간 매출 증가율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2025~2028년 사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