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 “구조는 가능해도 회생은 불투명”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텔 지분 9.9%를 확보하며 반도체 산업 재건 구상에 나섰다.
그러나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조치가 구조 신호는 될 수 있어도 인텔의 기술력 회복과 사업 정상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 ‘10%’ 아닌 9.9%…정치적 수사와 계약 현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텔과 협상과정에서 “10% 지분을 넘겨받겠다”고 강조했으나 실제 계약서에는 9.9%로 명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분 10% 이상 보유 시 ‘중대 주주’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게 되는 미국 증권법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10%는 정치적 상징으로 언급된 것이고 실무적으로는 9.9%로 조정된 셈이다.
이번 거래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의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으로 이미 인텔에 배정돼 있던 89억 달러(약 12조2375억 원)를 현금 보조 대신 지분 전환 방식으로 집행한 것이다.
◇ 총 111억 달러 투입…워런트까지 확보
앞서 지급된 22억 달러(약 3조2500억 원)와 이번에 지분 전환된 89억 달러를 합치면 미국 정부의 총 지원 규모는 111억 달러(약 15조4875억 원)에 이른다.
트럼프 정부는 인텔 파운드리 지분이 51% 아래로 내려갈 경우 주당 20달러(약 2만7684원)에 추가 5%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권리도 얻었다. 여기에다 소프트뱅크가 직전 20억 달러(약 2조7684억 원)를 투자해 인텔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 “정부 자금만으론 한계”…기술·고객 확보가 관건
인텔은 최근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주력으로 내세우는 18A·14A 공정은 수율 문제와 대형 고객 부족으로 상업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4A 공정 투자는 고객 확정이 있을 경우에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밋 인사이츠의 킨가이 찬은 “외부 고객 확보 없이는 차세대 공정의 경제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고, 가벨리 펀드의 류타 마키노는 “정부 지원이 수율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 시장과 정치권 반응
이 발표 직후 인텔 주가는 5% 넘게 뛰었지만 세부 조건이 공개된 뒤 시간외 거래에서 1%가량 하락했다.
공화당 내 자유시장파에서는 “정부의 과도 개입”이라는 비판이, 민주당 진보파에서는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도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찬성이 동시에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인텔 계약을 다른 기업에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 ‘너무 큰 기업’의 딜레마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인텔을 사실상 ‘실패할 수 없는 기업’ 범주로 묶은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지분 참여가 곧바로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자린은 “정부가 투자자로 들어오면 장기 전략에 제약이 생긴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인텔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