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향 반도체 수출을 조건부 허용하는 대신 엔비디아와 AMD 매출의 15%를 정부가 회수하는 이른바 ‘수익 공유형 수출’을 추진한 데 대해 미국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 약 10%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가운데 이는 반도체를 넘어 전략 산업 전반으로 정부의 직접 개입이 확장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中 수출 허용 조건으로 매출 15% 회수…법적 근거 공방
1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H20’와 AMD의 ‘MI308’ 칩을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두 회사 매출의 15%를 정부가 확보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이 돌아왔다는 상징적 성과”라고 강조하며 백악관에서 두 기업 최고경영자와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부 차원의 갈취’에 가깝다며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앤 해리슨 UC버클리대 전 경영대학 학장은 “이건 합리적인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식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현재는 반도체 산업에만 적용됐지만 향후 다른 산업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일종의 베타 테스트를 거친 셈이니 모델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칩들이 최첨단이 아닌 ‘스택 하위 단계’에 속한다며 안보 우려도 일축했다.
◇ 인텔 ‘10% 지분’ 논의…칩스법 보조금 전환 카드
이 같은 상황에서 블룸버그는 미 행정부가 인텔에 지급하기로 한 칩스법 보조금 109억 달러(약 15조1401억 원)를 지분으로 전환해 약 10%를 보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인텔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인텔 시가총액 기준 10% 지분 가치는 약 105억 달러(약 14조5845억 원)로 칩스법 보조금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분 매입 방식과 최종 실행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미 지급된 22억 달러(약 3조558억 원)가 지분 전환에 포함될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추가 자금이 지급됐는지도 불투명하다.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는 최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며 논의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골든 셰어’ 선례…산업 통제력 강화 논란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과정에서 공장 폐쇄와 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골든 셰어’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인텔 지분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정부가 전략 산업에서 주주, 규제자, 구매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다른 업종으로 번질 가능성
베선트 장관의 발언처럼 수익 공유 모델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경우 대중 수출 기업들은 가격과 마진, 현금흐름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안게 된다. 동시에 정부의 지분 참여가 확대되면 기업 지배구조와 투자 결정에 대한 공적 영향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에서는 이를 두고 전략 산업 방어를 위한 정당한 개입이라는 시각과 자유시장 질서를 훼손한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