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은 즉각 휴전·안보보장 압박, 트럼프는 미군 파병 가능성까지 시사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자리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다자 회담이 열렸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자리를 비우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회담에 복귀해 “푸틴–젤렌스키 간 회동 준비에 착수했다”면서 “이어 나 자신까지 포함하는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쟁 이후 첫 푸틴–젤렌스키 양자회담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셈이다.
◇ 안보보장 논의와 미군 파병 가능성
그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 축소”를 내세웠던 만큼 이번 발언은 정책적 선회로 받아들여진다. CNN은 이러한 유연성이 젤렌스키가 다른 조건을 수용할 공간을 넓혔다고 전했다. 유럽 각국도 안보보장 체제의 구체적 분담 방식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휴전 선행 여부 놓고 갈등
휴전 문제에서는 명확한 이견이 드러났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휴전 없는 회담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강경하게 요구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적어도 살상 행위의 중단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은 휴전이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는 평화협상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휴전은 있으면 좋지만 반드시 필요하진 않다”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금으로선 휴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 휴전 없는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 젤렌스키의 태도와 회담 분위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구체적이고 건설적”이라고 평가하며 3자 회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신뢰할 수 있는 안보보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어떠한 휴전이나 평화협정도 공허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발언 첫머리에서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트럼프의 개인적 노력을 치켜세웠고 지난 2월 군복 차림으로 참석해 불편함을 산 전례를 의식한 듯 정장을 착용했다. 덕분에 회담은 지난번과 달리 비교적 온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 참석 정상들의 입장과 향후 과제
백악관에 긴급 집결한 유럽 정상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하나는 즉각적 휴전, 다른 하나는 확실한 안보보장이다. 정상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휴전 없는 회담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미국이 안보보장 체제에 분명히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직접적 부담을 최소화하되 합의에 도달할 ‘합리적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속히 푸틴과 젤렌스키 간 회동을 성사시키고 이후 자신이 포함된 3자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