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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3자 평화회담 추진

트럼프 '평화협정 우선' vs 유럽 '선 휴전'…미묘한 이견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과 '영토 문제' 빅딜 가능성 부상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워싱턴에서 열린 백악관 회동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 등 유럽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나 안보 보장과 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 협상 의제를 논의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회동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예고하며 "3자 회담은 '만약(if)'이 아니라 '언제(when)'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휴전이냐 평화협정이냐, 시작부터 드러난 이견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휴전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며 즉각적 휴전에 대한 거리를 뒀다. 그는 "중요한 것은 전쟁을 끝낼 평화협정이며, 이는 가까운 장래에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메르츠 독일 총리는 "휴전 없는 3자 회담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휴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추가 공세를 차단할 최소한의 조치로 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보다 큰 틀의 정치적 합의를 서두르고 있는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동 전 우크라이나 전역을 강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언급하며 최소 1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크렘린은 외교적 노력을 조롱하려 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확실한 안보 보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의지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미국의 '안보 보장' 제안에 엇갈린 기대와 우려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안보 보장 참여' 의지를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 직접 나서겠다고 한 것은 협상의 판도를 바꾸는 중대한 발걸음"이라며 "푸틴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것도 미국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회동에서 미군 파병 가능성에 대해 즉답을 피했지만, 향후 평화협정 관리 체제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푸틴·젤렌스키 3자 구도에 유럽 지도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안보 보장은 단순히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대륙 전체의 문제"라며 4자 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당분간 3자 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협상 구조를 굳히려는 계산과도 맞닿아 있다.

◇ 3자 회담이냐 4자 회담이냐, 유럽의 복잡한 셈법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2주 동안 전쟁 종식 논의가 지난 3년 반보다 더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 1300㎞ 국경을 맞댄 핀란드로서는 안보 이해가 직결돼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립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는 이번 논의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과 더불어 "영토 교환 가능성"도 검토 대상임을 밝혔다. 그는 "현 접촉선을 고려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으며, 푸틴도 안보 보장 자체는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 특별대표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를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형태의 보호"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정식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절충안이 될 수 있어 향후 치열한 협상이 불가피하다.

◇ '속전속결' 평화 구상, 그 이면의 정치적 이해관계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행보를 '속전속결식 평화 모색'으로 해석한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취임 즉시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를 실현해 정치적 성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속도를 내다 보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본질적 목표가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젤렌스키는 미국의 안보 보장이 없는 한 러시아와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트럼프는 젤렌스키의 협조 없이는 3자 회담 성사를 이끌 수 없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두 지도자의 관계는 한층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 평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백악관 회동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유럽 안보 전체, 더 나아가 국제 질서의 향방과 직결돼 있다. 미국의 의지가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러시아는 영토 점유와 서방의 분열을 노리고 있고, 유럽은 전후 안보 체제 구축을 절실히 원한다.

전쟁 발발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모든 당사국이 같은 테이블을 논의 대상으로 올린 지금, 앞으로의 협상 구도가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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