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8만 원에서 8만9000원으로 11.25%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흥국증권도 기존 7만5000원이던 목표가를 7만8000원으로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유안타증권도 삼성전자 목표가를 7만4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다소 조심스러웠던 증권가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6월부터 이달 17일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리포트는 23건 발간됐지만,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보고서는 단 두 건뿐이었다. 신한투자증권(2.6%↑), iM투자증권(2.86%↑) 정도가 상향 조정을 단행했지만 조정 폭은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8만 원에서 7만8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신중론을 견지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2분기 실적이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하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등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분야에서의 '세대 교체'가 향후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HBM4의 샘플 공급을 앞두고 있으며,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2나노미터(㎚) 공정 기반의 신규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AI 시대를 견인할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외국계 IB인 씨티그룹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가를 기존보다 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는 "HBM3E 12단 제품의 고객사 인증 통과 가능성,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 등이 기대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공격적인 목표가 상향을 단행한 키움증권 역시 유사한 판단을 내놓았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HBM4 양산 샘플 공급과 파운드리 신규 고객 확보 등의 중장기 실적 모멘텀이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 3분기에는 실적 반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3조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역시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흐름도 더해지며, 주가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4%(700원) 오른 6만7800원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고점을 다시 경신했다. 이로써 종가 기준 연고점을 4거래일 연속 갈아치우며 '7만전자' 고지를 눈앞에 두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이날 차익 실현 매물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경계심리가 일부 반영되며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65%(1800원) 하락한 6만6000원에 마감했다. 연속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시장 전반의 기술주 조정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7월 들어 이날까지 10.36%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수급과 실적, 기술 모멘텀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중심의 반도체 주도 장세가 다시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시선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회복과 실적 반등을 증명하며 '7만전자' 복귀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