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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본부 25억 달러 개보수 논란...파월 해임 명분 쌓이나

"트럼프 정부, 비용 초과와 허위 진술 주장으로 연준 독립성 흔들기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eral Reserve)가 워싱턴 D.C. 본부 건물 개보수에 25억 달러(34400억 원)를 투입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연준 개혁과 제롬 파월 의장 해임의 근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지난 11(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백악관, "파월 의장 허위 진술" 주장...25억 달러 개보수 비용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파월 의장이 연준 본부 개보수와 관련해 의회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말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예산국장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는 최근 파월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 본부의 25억 달러 규모 개보수 공사와 관련해 의회에 잘못된 내용을 말했다거나, 허가 규정을 어겼다"고 밝혔다.

보우트 국장은 "파월 의장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고급 마감재, VIP 식당, 옥상 정원 등은 설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답했지만, 실제 연준이 제출한 설계 문서에는 해당 시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파월 의장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해당 시설은 최신 설계에 들어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연준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공사 비용이 당초 예산보다 약 7억 달러(9650억 원) 늘어난 것은 석면, 토양 오염, 지하수위 등 예상하지 못한 현장 조건 때문"이라며, "모든 비용은 연준 자체 수익으로 충당하고, 연방 예산이나 납세자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하 압박과 연준 독립성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미국에 많은 돈을 낭비했다", "금리를 충분히 내리지 않아 연방 부채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파월을 해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백악관에서는 파월 의장 해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국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연준 의장은 정책 이견만으로 해임할 수 없고, 부정행위나 직무유기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해임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의 허위 진술이나 관리 부실을 '해임 사유'로 삼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국가 수도 계획위원회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 3명을 임명해 연준 건물 개보수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피터 콘티-브라운(Peter Conti-Brown) 교수는 "연준 역사상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방식을 동원해 파월 해임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교 캐서린 저지(Kathryn Judge) 교수는 "백악관의 비판은 파월 의장 해임을 위한 여론 조성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 연준 개보수 논란, 중앙은행 독립성 시험대


논란의 핵심은 연준의 독립성과 금리 결정권을 둘러싼 정치권 압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정할 때 연방 부채 상환 비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연준은 1951년 재무부에서 독립한 이후 정부의 재정 부담이 아닌 인플레이션 억제와 고용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다.

연준 본부 개보수는 2017년 이사회가 승인한 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내셔널 몰 근처의 역사적 건물 두 곳과 인접 건물 한 곳 등 모두 3개 빌딩이 대상이다. 워싱턴 특유의 건축 규제와 현장 제약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늘었다. 국회의사당 방문자센터도 7100만 달러(980억 원)에서 6억 달러(8200억 원) 이상으로 예산이 8배 넘게 불어난 바 있다.

연준 내부와 일부 경제 자문위원들은 "정치권의 압박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부 참모진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연준 본부 개보수 논란이 파월 의장 해임의 명분으로 활용되면, 미국 금융시스템 신뢰와 달러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도전이 세계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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