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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인도네시아 공군 현대화의 딜레마, '전투기 쇼핑'의 명과 암

프랑스 라팔, 튀르키예 카안 등 동시다발 계약…미국 F-15EX 도입도 저울질
기종 다변화에 운용률 50% 밑돌아…KF-21 분담금 1조원 삭감하며 신뢰도 논란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인도네시아가 공군 현대화를 위해 프랑스산 라팔, 튀르키예산 카안 전투기 등을 도입하는 등 광폭의 '전투기 쇼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종 다변화로 공군 운용률은 50%를 밑돌고, 한국과의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전략적 혼선과 함께 신뢰도 논란까지 겪고 있다. 사진=아시안 밀리터리 리뷰이미지 확대보기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인도네시아가 공군 현대화를 위해 프랑스산 라팔, 튀르키예산 카안 전투기 등을 도입하는 등 광폭의 '전투기 쇼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종 다변화로 공군 운용률은 50%를 밑돌고, 한국과의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대폭 삭감하는 등 전략적 혼선과 함께 신뢰도 논란까지 겪고 있다. 사진=아시안 밀리터리 리뷰
인도네시아가 미국, 프랑스, 중국, 한국, 튀르키예 등 세계 주요국의 전투기를 동시에 검토·추진하며 사실상 '전투기 뷔페'를 차려놓았지만, 재정난과 전략 혼선 때문에 실질적인 전력 확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국방 전문 매체 아시안 밀리터리 리뷰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추진 중이거나 검토한 전투기 도입 대상에는 △미국 보잉의 F-15EX(인도네시아명 F-15IDN) △중국의 J-10C △오스트리아의 중고 유로파이터 타이푼 △카타르의 중고 미라주 2000-5 △한국의 KF-21 보라매 △튀르키예의 5세대 전투기 '카안'(Kaan)까지 포함된다. 이 밖에도 러시아 Su-35 도입을 시도했으나 최종 무산되는 등, 최근 몇 년간의 행보는 공군력 현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현실적인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프랑스 다쏘의 라팔(Rafale)이 유일하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단일 방산 계약 중 하나로, 2022년 2월 6대를 시작으로 2023년 8월에 18대, 2024년 1월에 추가 18대를 계약했으며, 총 42대 도입 계약을 마쳤다. 첫 인도는 2026년 초 6대가 들어올 예정이며, 이후 순서대로 도입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라팔 12대 추가 도입을 프랑스와 논의 중이며,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오는 7월 14일 프랑스 바스티유 데이에 맞춰 방문할 때 최대 24대 규모로 계약을 확대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 잇단 계약과 외교 줄다리기, 복잡해지는 셈법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공중 충돌 이후 신뢰성 논란에 휘말렸지만, 프랑스 정보당국은 이를 중국발 여론 공작으로 판단한다. 중국은 자국 J-10C 전투기를 홍보하며 라팔의 성능을 깎아내리는 온라인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5월 중국에서 J-10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자국 조종사들의 훈련 파견 계획을 발표했으나, 자국 공군(TNI-AU)의 속내는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한 전략적 민감성을 고려하면, 중국제 전투기 도입은 자칫 군사 주권에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의 KF-21 공동개발 사업에도 인도네시아는 처음 약속한 분담금 1조7000억 원 중 일부만 내 신뢰에 의문이 일었다. 올해 2025년 6월 자카르타와 서울은 개발비 분담을 약 6000억 원으로 크게 줄이고, 인도네시아가 최대 48대 도입 권리를 확보하는 수정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인 PTDI가 일부 부품 생산을 맡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KAI와 협력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 두 명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잡음도 이어졌다.

인도네시아는 이 계약을 맺은 지 며칠 뒤인 2025년 6월 자카르타 방산박람회에서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카안' 48대 도입 계약을 했다. 계약 규모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에 이르며, 앞으로 10년간 생산과 인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안'은 아직 개발 중이며, 첫 양산기는 2028년 튀르키예 공군에 배치한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튀르키예와 국방 협력을 강화하며 서방국 의존도를 줄이고 첨단 기술 확보를 늘리려는 외교 전략도 함께 쓰고 있다.

◇ '구매'만 있고 '운용'은 없다…현실로 다가온 전력 공백


현재 인도네시아 공군의 전투기 가동률은 40~5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F-16 25대와 러시아산 수호이 Su-27/30 계열 16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정비와 부품 수급이 어려워 전력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제조사의 전투기를 동시에 도입하려는 전략은 장비 운용과 정비, 조종사 훈련, 군수 체계까지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잉은 2023년 8월 인도네시아와 최대 24대의 F-15EX 도입 양해각서를 맺었고, 미국 정부는 2022년 2월 36대 판매를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F-15EX는 라팔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최대 139억 달러) 탓에 예산 부담이 커 아직 계약까지 이르지 못했다. 보잉 쪽은 "인도네시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85% 현지 생산 등 운영 지원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인도네시아 공군의 핵심 과제는 양적 확대보다 질적 운영 역량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유라시안 밀리터리 리뷰는 지적했다. "전투기를 사는 건 쉽지만, 실제로 운용하는 건 어렵다"는 군사 격언이 현재 인도네시아의 처지를 정확히 말해준다. 전략의 일관성 없이 여러 나라 기종 도입에만 치중하면 실전 대응력은 오히려 뒷걸음질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도입 계획에 견줘 예산이 부족하고, 다양한 기종을 섞어 운용하면 부품, 정비, 훈련 등에서 심각한 비효율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실제 도입과 운용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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