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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산유국들, 이스라엘-이란 분쟁 확산 막으려 테헤란에 유화적 태도

사우디·UAE, 미군기지 보복공격 우려로 이란 대통령과 연대 표명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세계 원유 3분의 1 수송 차단...기업들 비상계획 잇따라
지난 15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의 유류고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한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5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의 유류고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한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해지면서 걸프 지역 산유국들이 분쟁 확산을 막으려고 테헤란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9(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군주국들이 미국의 이란 공격시 보복 대상이 될 것을 두려워해 이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뒤 걸프 지역 최대 경제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통치자들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연대를 표명하고 이스라엘 공격을 거듭 규탄했다. 카타르 에미르는 페제시키안과 대화를 나누고 그에게서 편지를 받았으며, 오만 술탄도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 외무장관들은 모두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했다.

◇ 미군기지 보복 타격 두려워하는 걸프국들


미군 기지를 두고 있는 워싱턴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군사 개입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쿠웨이트 대학 바데르 알 사이프 조교수는 말했다. 두바이 소재 하버드 케네디 스쿨 선임 연구원 압둘레크 압둘라는 "미국 걸프 동맹국들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함께 엮여 이란의 보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걸프국들은 회담 중재를 위한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한 아랍 외교관은 카타르와 오만이 테헤란에서 워싱턴으로 이스라엘 공격이 멈추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걸프국들은 회담과 휴전, 테헤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협상 복귀도 촉구했다.

걸프 지역 통치자들은 트럼프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난달 트럼프의 지역 방문은 성공했다. 하지만 이 지역 군주들은 미국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전쟁에 휘말릴 경우 미국이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2019년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기반시설 심장부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해 일시 원유 생산량 절반을 잃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공격은 이슬람 공화국을 향한 트럼프의 '최대 압박' 캠페인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졌고, 걸프 지역 지도자들은 미국의 미약한 대응에 좌절감을 느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기업들도 비상계획 가동


한편 걸프 지역 기업들은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파급 효과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우고 위기팀을 가동하고 있다. 위험 자문 그룹들은 관련 문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했다.
컨트롤 리스크의 중동 및 아프리카 담당 선임 파트너 톰 그리핀은 "우리는 고조되는 지역 분쟁과 관련된 요청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봤다""이들은 이라크와 이스라엘의 대피 지원에서부터 현지 상황에 대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자문사 크롤의 기업 보안 위험 관리 담당 부사장 필 마일즈는 "중동에는 에너지, 유틸리티, 미군 기지 등 다양한 목표가 있으며, 이 상황이 단계별로 확전될 경우 잠재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롤, 컨트롤 리스크, 인터내셔널 SOS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지난주 이스라엘이 이란에서 폭격 작전을 시작한 뒤 기업들이 직원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도왔다고 밝혔다. 르노는 테헤란에 있는 직원 70명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으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을 가능성이다. 전 세계 해상원유 3분의 1이 이란과 오만이 통제하는 이 좁은 바닷길을 통해 실려 나가며, 카타르와 UAE의 가스 수출도 마찬가지다. 영국 해상무역운영사무소는 걸프 지역 전체에서 높은 수준의 전자 간섭이 일어났다고 보고했으며, 이 때문에 선박들의 위치 보고 시스템이 중단되고 있다.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에서 이 지역 최대 운송 허브를 운영하는 DP 월드는 성명을 통해 현재 운영이 정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혹시라도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를 대비해 사업 지속성을 보장하려고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경로 변경과 대체 물류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예멘 후티 반군이 아부다비를 공격한 뒤 "소수"의 기업이 이미 계획을 세웠다고 크롤의 전무이사 닉 도일은 말했다. 크롤은 고객들이 UAE에 대한 대피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줬지만, "아무도 그런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적이 없다"고 도일은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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