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DAX 기업 이익 5% 감소... 유로화 강세에 해외 매출 '휘청'
미 무역 정책 따른 관세 부담 가중… 자동차 업계 피해 심각
미 무역 정책 따른 관세 부담 가중… 자동차 업계 피해 심각

유로화는 미국 관세 정책 영향 등으로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주 동안 유로화 가치는 10% 상승하며 현재 1.12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유로화 강세는 수출 비중이 높은 독일 기업들의 해외 사업 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DAX 상장사들은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그중 60% 이상을 유로존 밖에서 올리고 있다. 달러화가 유로화 대비 약해지면 독일 제품의 현지 판매 가격이 상승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DAX 기업들의 올해 이익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10% 이상에서 최근 약 4%로 하락했다. 코메르츠방크 안드레아스 휘르캄프 분석가는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는 DAX 기업들의 올해 이익이 정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해진 달러화는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커지는 불안감을 반영하며, 많은 투자자가 미국에서 자본을 빼내 유로존으로 옮기고 있다.
◇ 인피니온· MTU 등 환율 직격탄
일부 대기업은 변동성이 큰 상황에 비교적 잘 대처하고 있다. 지멘스와 도이치 텔레콤은 견고한 실적을 보였다. 지멘스 롤란트 부슈 CEO는 "우리의 전 세계 입지가 우리를 회복력 있게 만든다"고 말했지만, 위험 증가에 따라 하반기 기대치가 낮아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인피니온은 당초 약한 유로화로 전망을 상향했으나, 무역 분쟁과 달러 약세 때문에 10%의 부정적인 매출 영향을 예상하며 연간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기존 1.05달러 기준에서 1.125달러 기준으로 변경했다. MTU 또한 항공 부품을 주로 달러로 판매하기 때문에 약한 달러 때문에 매출 전망치를 철회하며 기준 환율을 1.05달러에서 1.10달러로 변경했다. 방산 업체 라인메탈 역시 제품을 달러로 결제하지만 재무제표를 유로화로 작성하기 때문에 환산 과정에서 매출이 감소하는 영향을 받았다.
유로화 강세는 기업 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도이치방크 울리히 슈테판 최고 투자 전략가는 "연간 기준으로 유로화 가치 10% 상승은 유럽 기업들의 이익 성장을 3~5% 포인트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이전 분석에 따르면, 유로화 가치가 전년 대비 달러화 대비 10% 상승했을 때 DAX 기업들의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연간 이익이 200억 유로(약 31조 2060억 원)에서 300억 유로(약 46조 8090억 원) 감소했다. 현재 DAX 40개사의 예상 EBITDA는 약 3000억 유로(약 468조 900억 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보면 환율 변동으로 인한 계산상 손실이 6.6%에서 10%에 달함을 시사한다. 지난해 유로화 평균 환율은 1.08달러였고 현재는 1.12달러로 지난해 평균 대비 4%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강하게 상승하는 추세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번 유로화 강세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유로화가 상승하며 기업들의 높은 이익에서 환차손이 발생했다. 경기가 침체될 때는 유로화가 하락하며 환차익이 발생해 실적을 일부 상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유로화 강세를 이끌었고, 독일 경제가 2년간의 불황에 이어 세 번째 하강기에 처한 시기에 발생하며 악영향을 가중시키고 있다.
다만, 강한 유로화의 한 가지 장점도 있다. 석유와 같이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자재 수입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는 원자재 부족 국가인 독일에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다.
◇ 무역 분쟁에 따른 관세 부담 가중
유로화 강세와 더불어 국제 무역 분쟁,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가 기업들의 사업에 또 다른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머크 핑크 모회사 퀸텟 프라이빗 뱅크 마르크 데커 주식 담당 이사는 "특히 미국발 관세는 자동차 등 수출 기업에 부담을 주며, 이는 최근 실적 시즌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기업이 미국 정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며, 코메르츠방크 안드레아스 휘르캄프 분석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한적인 무역 정책은 DAX 이익 전망에 상당한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지멘스 헬스케어는 중국, 유럽, 미국에서의 관세 및 보복 관세로 올해 2억 유로(약 3119억 원)에서 3억 유로(약 4679억 원) 사이의 비용 부담을 예상하며 주당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프레제니우스 미하엘 젠 CEO 역시 잠재적 관세 영향 매출을 '10%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다임러 트럭도 북미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판매량 감소 예상을 이유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판매량은 43만~46만 대(기존 46만~48만 대)로, 조정 세전 이익은 전년 대비 -5%~+5%(기존 +5%~+15%)로 예상한다.
◇ 자동차 업계 위기 심화… 실적 급감
변덕스러운 미국 무역 정책으로 자동차 기업들의 위기가 특히 심화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등 자동차 3사를 제외하면 DAX 상장사들의 이익은 오히려 20억 유로(약 3조 1190억 원)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3사 합계 순이익은 1분기 58억 유로(약 9조 453억 원)로, 전년 동기 92억 유로(약 14조 3477억 원)에서 크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 등 전 세계 판매 부진과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국 내 고가 세단 판매 어려움 때문이다.
◇ BMW·포르쉐 등 손실 최소화 총력
BMW는 연간 세전 이익 110억 유로(약 17조 1549억 원) 목표를 일단 유지하지만, BMW 발터 메르틀 재무 담당 이사에 따르면 수입 관세가 "부분적으로 일시적이며 2025년 7월부터 관세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BMW는 관세로 인한 매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이미 10억 유로(약 1조 5594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독일 공장에서 생산한 3, 5, 7 시리즈 세단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BMW는 관세로 수억 유로의 이익 손실을 볼 수 있다. BMW는 관세 협상에 희망을 걸고 있으며, 최근 미중 양국이 상대국 상품 관세율을 10%와 30%로 낮추기로 한 발표가 그 근거로 작용한다.
자동차 업체 중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은 포르쉐다. 포르쉐는 미국 내 생산 시설이 없으며, 낮은 생산량 때문에 현지 생산은 수익성이 떨어진다. 포르쉐 요헨 브레크너 재무 담당 이사는 2분기 관세 부담이 '억 유로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포르쉐는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마진 축소를 감수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 역시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연간 전망치 상향 조정을 보류했다. 무역 제한 조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디다스 비외른 굴덴 CEO는 "현재 미국에서 제품을 거의 생산할 수 없어 높은 관세가 미국 시장 모든 제품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가격 인상이 논리적이지만, 아디다스는 경쟁사에 점유율을 잃을까 주저하며,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방안도 배제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