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폭염으로 공급 부족 심화, 슈퍼마켓 배급제 도입
고이즈미 농업대신 긴급 투입, 정부 비축미 방출로 대응
고이즈미 농업대신 긴급 투입, 정부 비축미 방출로 대응

야마가타현에서 20대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구로사와 노부히코씨는 "신규 고객 문의를 받았지만 이미 기존 고객과 계약을 맺어 판매할 수 없었다"며 "작년에는 여름 전에 거래처를 좁힐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2023년은 일본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으며, 이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쌀 공급량 급감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바라키대학 니시카와 쿠니오 교수는 약 44만 톤의 수요-공급 격차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전국 슈퍼마켓 쌀 판매량 1.8개월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급 부족으로 대도시 슈퍼마켓들은 가족당 하루 한 포대로 쌀 판매를 제한하는 배급제를 도입했다. 도쿄 상점가에서는 정부 비축미 방출 소식에 개점 전부터 긴 줄이 형성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즉각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은 30% 중반에 머물고 있으며, 닛케이/TV도쿄 여론조사에서 인플레이션이 유권자들의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이미 다수당을 잃은 자민당이 참의원에서도 고전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입지는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화급히 대응에 나섰다. 자민당의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총리의 아들을 농업대신으로 긴급 투입하고, 쌀 가격을 5kg당 2000엔으로 절반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비축미 방출과 함께 7월 초까지 슈퍼마켓 평균 쌀 가격은 전주 대비 3%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71%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임시방편적 조치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아시아성장연구소 혼마 마사요시 교수는 "고이즈미가 하는 모든 것은 선거 전략이며 근본적 개혁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일본은 1970년경부터 쌀 가격 유지를 위해 주요 쌀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농가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사료용 쌀 등 비주식용 작물로 전환해왔다. 이로 인해 일본은 1970년 세계 5위 쌀 생산국에서 2020년 11위로 하락했다.
한편 소비자들은 수입 쌀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식량 쌀 수입량이 5월 처음으로 1만 톤을 넘어섰으며, 이는 작년 월평균의 126배 증가한 수치다. 일본 최대 소매업체 이온은 미국산 쌀을 섞어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예상보다 잘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농부 구로사와씨는 "정부가 이미 쌀 비축량을 대부분 방출했기 때문에 이번 여름이 재작년만큼 덥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식량 문제는 농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먹는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