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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원, 리오틴토 구리광산 토지 이전 제동..."성지 파괴 우려"

원주민 '성지' 오크 플랫 둘러싼 싸움…종교 자유 vs 구리 수요 충돌 양상
美 연방 판사, 대법원 최종 결정까지 이전 중단 명령…트럼프 재추진에 제동
원주민 단체 '아파치 스트롱홀드' 회원들이 미국 대법원 공식 요청에 앞서 워싱턴 D.C. 법원 밖에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원주민 단체 '아파치 스트롱홀드' 회원들이 미국 대법원 공식 요청에 앞서 워싱턴 D.C. 법원 밖에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 판사가 원주민 반대에 부딪힌 애리조나 거대 구리 광산 토지 이전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복잡한 법적 다툼이 미국 대법원의 심의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전했다.
이 '레졸루션 코퍼 프로젝트'는 리오틴토와 BHP가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에 필수적인 구리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원주민인 산 카를로스 아파치 부족은 종교적 성지에 대한 파괴를 우려하며 강력히 반대해왔다.

미 지방법원 스티븐 로건 판사는 18페이지 분량의 명령에서 원주민 비영리 단체인 '아파치 스트롱홀드'(Apache Stronghold)가 대법원 항소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전이 강행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형평성의 저울추가 분명히 기울어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토지 이전 절차는 현재로서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성지로 불리는 '오크 플랫'과 광산 개발 영향


분쟁의 핵심은 연방 소유의 '오크 플랫 캠프장'이다. 이곳은 많은 아파치 부족민들이 신들을 숭배하는 성지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전기차 등 전자 기기의 핵심 부품인 400억 파운드(1810만 톤) 이상의 구리 매장량 위에 위치하고 있다. 레졸루션 프로젝트가 건설되면, 너비 2마일(3km), 깊이 1000피트(304m)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가 형성되어 오크 플랫 성지를 서서히 삼킬 것으로 예상된다.

◇ 대법원 심리 중 트럼프 재추진 시도…연방 판사 제동


2021년 이후 하급 법원들은 아파치 부족의 이전 차단 요청을 기각해왔는데, 이는 2014년 미국 의회와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중 토지 이전을 시작했으나,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되돌리면서 이 문제는 법원을 거치며 계속 진행됐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이 사건을 맡을지 여부를 고려 중이며, 최소 13차례 항소 요청 심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이처럼 이례적으로 긴 심의 기간 동안 한편, 트럼프는 지난달 토지 이전 절차를 다시 시작했으며, 그의 행정부는 이르면 6월 16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트럼프 측의 이 같은 움직임이 로건 판사에게 긴급 차단 요청을 촉발했다.

로건 판사는 리오와 BHP가 안전하게 가능한 한 오랫동안 부지에 대한 대중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불충분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한 이번 주 초 심리에서 리오 임원이 레졸루션 프로젝트에 현재까지 27억 달러(약 3조7786억 원)가 지출되었고 유지보수에 월 1100만 달러(약 153억9450만 원)가 추가로 소요된다고 증언한 점을 언급하며, 그것은 회사의 "자발적 선택"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리오 측은 로이터에 대한 성명에서 지방 법원의 판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리오 대변인은 "이 단기 명령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법적 문제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지분 55%를 보유한 리오와 달리 45%를 소유한 BHP는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

아파치 스트롱홀드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웬즐러 노시는 "판사가 이 땅 강탈을 즉시 중단시켜 대법원이 오크 플랫을 파괴로부터 보호할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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