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률 전망 2%→0.8%로 하향...관세 여파로 인플레이션 3.6% 예상

지난 1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향후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지난 1월 22%에서 45%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강경한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 전망이 급격히 악화된 결과다.
WSJ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64명의 학계 및 기업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기별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0.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월 조사 당시 전망치 2%에서 크게 하락한 수치다.
뱅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데이비스는 "우리는 불황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예측 불가능한 경제 충격
설문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국가들에 대한 "호혜적" 관세를 발표한 직후 진행됐다. 이후 9일에는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전자제품에 대한 중국 관세 면제를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2025년 GDP 성장률에서 1.2%포인트를 감소시키고, 인플레이션은 1.1%포인트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2025년 12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이는 1월 전망치 2.7%보다 크게 상승한 수치다. 2026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2.6%로, 관세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보다는 일회성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약 1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월 예상치인 10%포인트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평균 유효 관세율은 약 2.4%였다.
전문가들은 또한 연말 실업률 전망치를 1월 4.3%에서 4.7%로 상향 조정했으며, 2026년 말까지는 4.6%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시간대학은 지난 12일 소비자 심리 조사가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떨어졌으며, 가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980년대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식시장은 매도세를, 채권 수익률은 상승세를 보이며 무역전쟁에 반응했다.
◇ 경기침체 우려와 예측 불가능한 무역정책
경제학자들의 2025년 GDP 성장률 추정치는 이례적으로 넓은 범위에 분포했다. 에이미 크루스 커츠는 소비자 및 기업 심리 급락과 관세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근거로 2% 경제 축소를 예상했다. 반면 이콘예측기(EconForecaster)의 제임스 스미스는 "관세가 너무 터무니없어" 트럼프가 신속히 철회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3.1% 성장을 예측했다.
캘리포니아 루터란 대학의 경제학자 매튜 피엔업과 댄 해밀턴은 성장률 추정치가 0.8%와 일치한다며, 이는 "관세율이 크게 인하될 것"을 가정한 예측이라고 말했다.
이코노클라스트(The Econoclast)의 경제학자 마이크 코스그로브는 "세계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더 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경쟁의 장을 평평하게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그가 그렇게 해온 방식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개인적으로 인정했지만, 경기침체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책 변동성을 보여주듯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을 비롯한 고위 보좌관들은 몇 달간 관세가 단지 무역 협상의 지렛대라고 월가를 안심시켜왔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무역전쟁이 심리, 지출, 고용 및 투자의 악화를 가속화하는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인해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커츠는 "사람들의 신뢰를 되찾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