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건설기계로 인류 난제 기여 구상
자율운항·친환경 에너지로 조선 미래 제시
무인함정·전장 디지털화로 韓美 방산협력
자율운항·친환경 에너지로 조선 미래 제시
무인함정·전장 디지털화로 韓美 방산협력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의 HD현대 전시관을 찾아 “방산뿐 아니라 건설기계 신제품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장비로 인류의 더 나은 삶을 구현하자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CES 2024’에서 비전을 직접 공개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발언은 HD현대가 양적 성장을 넘어 글로벌 모빌리티의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은 2030년까지 누적 수출 45만대와 매출 7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자율주행과 전동화 같은 기술 변화에 대응해 건설현장의 미래 모습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상 뿐만 아니라 해양 모빌리티도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와 자율운항을 구현한 미래상(像)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염두에 뒀다. 정 수석부회장은 2년 전 CES 2023을 앞두고 이 같은 비전을 공개했다. 이후 HD현대는 무인 자율운항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스타트업 아비커스를 세웠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를 염두에 두고 핀란드 수소연료전지 기업 컨비온을 인수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와도 만나 소형모듈원전(SMR)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HD현대의 수출 주력분야인 방산도 미래 기술과 신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췄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AI 방산기업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를 만나 미래형 조선소와 함께 방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사는 자율주행 기반 무인수상정 ‘테니브리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손을 잡고 미국 함정시장 개척에 나섰다.
방산 분야에서는 출렁이는 세계 외교·안보 환경을 미국과 해양 방산의 미래 비전을 주도해갈 기회로 삼았다. 그간 닫혀있던 미국 함정·잠수함 시장은 관련 법안 개정으로 동맹국 조선사에 개방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조선사들은 미국 해군전력 강화와 조선산업 재건을 도울 핵심 파트너로 거론됐다. 최근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미 통상당국이 조선 협력 논의를 본격화한 점도 호재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인류의 미래 모습을 제시하는 전략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시장 흐름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래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