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다각화·희토류 통제력·국채 매각 등 중국의 대응수단 비축

중국은 자국 공산품의 주요 시장으로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 다각화된 수출 시장, 희토류 금속에 대한 지배력이 중국에 상당한 협상력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욕시립대학의 마르타 벵고아 국제경제학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전자제품과 기계류를 대체하는 것보다 더 쉽게 다른 곳에서 농산물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브라질산 대두를 사들이고 있어 결국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역 통계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약 3000억 달러(약 428조 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전체 수출의 약 15%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의 145% 관세는 중국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내 근로자 1000만~2000만 명이 미국행 수출에 노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미국의 극도로 높은 관세, 대미 수출의 급격한 감소, 세계 경제 둔화가 결합되면 중국 경제와 노동 시장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우회' 전략으로 관세 충격 완화
중국은 2018년과 2019년 트럼프 전 행정부의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수입품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1%에서 지난해 13.4%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며 미국 관세를 우회하는 '우회'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베트남 수출은 지난달 1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과 1240억 달러(약 177조 원)의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은 46%의 "호혜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받았으나, 이는 90일간 중단된 상태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 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으로 양측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90일의 여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가르시아 에레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회복력이 있는 거대한 경제"라며 무역 충격 흡수 능력을 강조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5% 성장했으며, 이 중 1.5%포인트는 약 1조 달러(약 1428조 원)에 달하는 세계 무역 흑자에서 비롯됐다.
◇ 희토류와 국채, 중국의 전략적 카드
중국은 전략적 카드로 희토류 통제력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3분의 2 이상과 처리 용량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트럼프도 이러한 취약성을 인정해 첫 번째 "상호적" 관세에서 핵심 광물을 제외했다.
중국은 최근 제트 엔진과 전기차의 필수 성분인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포함한 7가지 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이는 핵심 산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다.
또한, 중국은 자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약 7500억 달러 규모)를 매각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크레디트사이트의 쩡 체를리나 아시아 신용 전략 책임자는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 달러화 준비금을 다른 통화로 계속 다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컨퍼런스보드의 알프레도 몬투파르-헬루 중국 센터 소장은 중국이 국내 시장을 조작할 수 있는 더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몇 주간 "국가 팀"을 통해 주가를 지지하기 위한 조율된 조치를 취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처드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반응만 놓고 보면 현재 미국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더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둥성에 본사를 둔 한 외국 제조업체는 "단 한 사람도, 심지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제조업체들조차도 베이징을 비난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며 "내가 본 분위기는 일종의 반항이며, 이는 지금 국가적 자존심에 관한 것"이라고 이 매체에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