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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속 시진핑의 동남아 외교 공세 강화 배경

관세 타격 입은 캄보디아·베트남·말레이시아 순방 예정
미국 공백 틈타 중국, 영향력 확대 가속화 가능성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로 타격을 입은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외교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로 타격을 입은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외교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을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로 타격을 입은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외교 공세는 역내 미·중 경쟁 구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라고 1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시 주석의 이번 동남아시아 순방은 팬데믹 이후 선별적으로 이루어진 해외 방문 일정 중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시 주석은 동남아시아 국가를 전혀 방문하지 않았으며, 2023년에는 베트남만, 2022년에는 G20과 APEC 정상회의 참석 차 인도네시아와 태국만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3개국 순방은 중국이 현 시점을 자국 이익 증진의 적기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방문 대상국 중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꼽힌다. 중국의 재정 지원은 2023년 아들 훈마넷에게 권력을 넘겨준 훈센 전 총리의 정치적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는 중국의 영향력보다는 재정 고갈과 관광객 감소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캄보디아에 49%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가 현재 10%로 유예한 상황은 전체 수출의 약 37%가 미국으로 향하는 캄보디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베트남 역시 46%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받았으며, 이는 베트남의 수출 주도 개발 모델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베트남은 '다중동맹(multialignment)' 외교 전략을 통해 여러 파트너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전을 모색해 왔다.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갈등이 있지만, 최근 베트남 북부와 중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승인하는 등 양국 관계는 개선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는 세 나라 중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과의 고위급 접촉이 부재한 상황이다. 안와르 총리는 이미 중국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을 "남반구의 목소리,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옹호하는 목소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말레이시아의 입장은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징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지도자급 외교가 실제로 중요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2월 베이징을 방문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신임 대통령은 남중국해 공동 개발을 고려하는 성명에 서명했으며, 패통탄 시나왓 태국 총리의 베이징 방문 이후 양국 간 안보 협력이 가속화됐다. 태국은 최근 최소 40명의 위구르족을 중국으로 송환하는 등 중국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이번 시 주석의 순방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중국은 미국의 새로운 관세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미친 영향을 이용해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시 주석은 중국을 현상 유지 국가, 장기적 파트너, 보호무역주의의 반대자, 동남아시아 경제 성장의 핵심 지원자로 포지셔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지원보다는 녹색 기술, 디지털 경제, 관광 확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우선순위에 맞춘 부문별 협력이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로위 연구소(Lowy Institute)의 분석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공식 개발 자금은 감소 추세에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 발표보다는 타깃화된 지원이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동남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민간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려는 중국 기업들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덜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캄보디아에서 이미 지뢰 제거와 아동 보건 등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공백으로 남겨둔 분야에 대한 지원을 발표하는 등 미국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법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중국이 미국보다 지역의 우선순위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이번 상황은 동남아시아 지정학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꾸준히 증가해온 이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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