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실적 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장중 1% 가까이 하락해 5619.01로 떨어졌다.
비록 S&P500 지수가 지난 13일 마감가 기준으로 조정장에 진입했다가 하루 뒤인 14일 곧바로 반등하며 조정장 국면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은 여전하다.
‘월가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달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3일 심리적 저항선인 20이 뚫린 뒤 단 하루도 20 밑으로 떨어지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야데니리서치, RBC 캐피털 마켓츠 등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의 연말 S&P500 지수목표가 하향 조정이 나오기 시작한 가운데 주식 시장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 논란이 분분해졌다.
급하게 내린 만큼 빠르게 회복한다
CFRA 리서치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장으로 워낙 빠르게 진입해 그만큼 신속한 회복도 가능할 전망이다.
S&P500 지수는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19일 6144.15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고점을 찍은 지수는 곧바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혼선, 경기 둔화 우려 등이 겹친 탓이다.
S&P500 지수는 고점을 찍은 지 단 22일 만에 조정장에 빠졌다.
CFRA에 따르면 이는 이례적으로 급박한 움직이다. 2차 대전 이후 지수가 10% 이상 하락한 다른 38차례 조정장, 또는 약세장에서는 고점 뒤 조정장에 진입하기까지 평균 80일이 걸렸다. 고점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이다.
CFRA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 조정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속한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
CFRA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2차례 조정장에서 S&P500 지수는 조정장 진입 6개월 뒤 평균 22% 상승했다.
샘 스토벌 CFRA 최고투자전략가(CIS)는 “역사가 반복되거나 같은 음률을 따른다면 이번 10% 하락의 속도로 볼 때 이번 약세는 비교적 짧고 얕을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경기침체
다만 변수는 있다.
미 경제가 침체로 가면 조정장에서 신속하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3포틴 리서치 창업자 워런 파이스는 지금 당장 경기 침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고소득 소비자들에게서 지출 감축 신호가 나타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파이스는 17일 CNBC와 인터뷰에서 최근 소비심리 약화를 감안할 때 안심만 할 수는 없다면서 투자자들이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경기 침체가 당장 닥칠 것으로 예상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마음가짐도 동시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스는 신중하면서도 기회를 포착하면 곧바로 투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공행진하는 공포지수
뉴욕 주식 시장에 드리운 또 다른 먹구름은 월가 공포지수 VIX이다.
올 들어 20을 넘은 적이 없던 VIX는 지난달 27일 21.13을 찍으며 20을 돌파한 뒤 28일 다시 19.10으로 떨어졌지만 이달 3일을 시작으로 20 위에서만 움직이고 있다.
VIX는 S&P500 지수가 앞으로 30일 동안 어떤 변동성을 보일지에 대한 시장 예상을 반영하는 지표로 지수 옵션 가격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VIX가 높으면 주가는 하락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낮은 VIX는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이후 주가는 대개 오른다.
VIX는 이달 들어 17일까지 11 거래일 연속 심리적 저항선 20을 웃돌았다. 2년 전인 202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 S&P500 지수는 4.7% 하락했다.
약세장 들어서나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창업자 니컬러즈 컬러즈는 VIX가 고공행진을 한다는 것은 “시장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평상시보다 높다는 뜻”이라면서 “수주일에 걸친 지속적인 VIX 고공행진은 약세장의 일반적인 신호”라고 우려했다.
컬러즈는 다만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다”면서 “VIX가 낮아지면 이는 좋은 조짐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VIX가 고공행진을 하고는 있지만 과거 시장이 심각한 압박을 받던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2018년 S&P500 지수가 6% 급락하던 VIX는 36.1을 찍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S&P500 지수가 29% 폭등했다.
1990~1991년 경기 침체 시기에는 VIX가 36.47까지 치솟았고, 과거 두 차례 경기 침체기에는 80을 넘기기도 했다. 마지막 경기 침체기였던 2020년에는 평균 29.95를 기록했다.
엇갈리는 전망
VIX를 둘러싼 예상은 비관과 낙관이 갈린다.
낙관론자들은 과거 경험으로 볼 때 희망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5년 VIX가 20을 넘어설 경우 20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평균 13.8거래일이 걸렸다. 지난 10년으로 기간을 늘리면 VIX가 20 밑으로 떨어지는 데 걸리는 평균 거래일 수는 9.8거래일로 더 짧아진다.
VIX 하강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은 지속적인 상승세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울프리서치 시장전략가 크리스 세니옉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시행되는 4월 2일 이전에는 정책 불확실성 속에 시장 변동성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니옉은 아울러 주식 시장 반등의 토대가 되는 투자자들의 완전한포기, 이른바 진정한 항복(커피출레이션)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