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달러 정부 투자로 서구 투자자 소유 별도 회사 설립 대안 제시

톰스 하드웨어(Tom's Hardware)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인텔 전직 이사 4명이 약 1080억 달러 규모의 인텔 제조시설을 TSMC와 합작하는 방안에 강력히 반대하며 제조부문 분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과 TSMC 간 인텔의 제조시설을 인수할 합작회사 설립을 압박할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인텔 주가가 20% 이상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데이비드 요피(David B. Yoffie)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리드 헌트(Reed Hundt) 전 FCC 회장, 샬린 바셰프스키(Charlene Barshefsky) 전 미국 무역 대표, 제임스 플러머(James Plummer) 전 스탠포드 대학교 공과대학 학장 등 인텔 전직 이사 4명은 포춘(Fortune)지에 기고문을 통해 이 방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 전직 이사들은 "TSMC가 통제하는 반도체 산업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을 외국 기업에 집중시키는 것은 거의 독점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 미국 기술 기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애플, AMD, 엔비디아 등은 TSMC에 의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조성한 경쟁 환경의 이점을 누리고 있으며, 인텔 파운드리가 성공할 경우 이들 기업이 추가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직 이사들은 설명했다.
전직 이사들이 제안한 대안은 인텔의 제조부문을 디자인 사업에서 분리하여 서구 민간 투자자 그룹에 매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가 2008년 은행 구제금융과 유사하게 100억 달러의 자본을 의결권 없는 자기자본으로 제공하고, 인텔의 디자인 부문을 포함한 주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익성 보장을 위해 주문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스 하드웨어는 이러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술적, 비즈니스적 장벽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우선 1080억 달러(사무실 건물 및 기타 비생산 자산 비용을 제외하면 약간 더 적을 수 있음) 규모의 제조 자산을 가치에 맞게 매입할 투자자를 찾는 것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 거래가 흔치 않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텔이 자체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인텔은 14nm 이하, 10SF/10ESF, 인텔 4, 인텔 3 등의 자체 공정 기술로 이미 대량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곧 18A 공정 기술을 갖춘 팬서 레이크(Panther Lake)와 클리어워터 포레스트(Clearwater Forest)의 대량 제조를 시작하고 2025년 중반에는 타사 18A 테이프인을 받을 예정이다.
톰스 하드웨어는 인텔과 TSMC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해도 기술 통합 측면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EUV 리소그래피를 사용하지만, 장비 설정, 팹 구성 및 공급업체별 수정사항이 크게 다르다. 예컨대 ASML의 리소그래피 도구는 각 회사에 맞게 맞춤 조정되며, 인텔과 TSMC는 각기 고유한 에칭, 증착 및 공정 제어 방법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톰스 하드웨어는 "TSMC가 인텔의 생산 능력을 통제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TSMC의 가장 앞선 연구는 대만에 남을 것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텔의 공장을 폐쇄하고 대부분의 인력을 해고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면서 우려를 표했다.
한편, TSMC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이러한 합작 계획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TSMC 경영진은 인텔의 제조 능력을 통제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기업이 인텔 팹을 인수하는 것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텔의 반도체 생산 시설은 미국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레곤 등 여러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오하이오에 추가 시설이 개발 중이다. 또한 이스라엘과 아일랜드에도 팹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TSMC가 인텔과의 협력을 고려할 유일한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첨단 3nm 및 2nm 칩 제조를 강제하는 관세를 도입하는 경우를 꼽고 있다. 그러나 인텔은 현재 자사 제품과 TSMC 고객 제품 모두를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EUV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TSMC는 3nm 및 2nm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자체 애리조나 팹 건설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전문가들이 보다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톰스 하드웨어는 인텔의 비 EUV 용량이 인텔 자체 제품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어 TSMC가 이를 자사 공정으로 전환하기는 기술적, 재정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