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딥시크, 오픈AI 모델 무단 활용해 챗봇 개발"
AI 업계 "수십억 달러 투자 기술 유출 위험" 경고
AI 업계 "수십억 달러 투자 기술 유출 위험" 경고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기술 도용 의혹과 관련해 29일(현지시각)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딥시크가 오픈AI의 AI 모델을 무단으로 활용해 자체 챗봇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는 딥시크가 '증류(distillation)' 기술을 이용해 자사의 AI 모델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추출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AI 분야에서 대규모 모델의 지식을 더 작은 모델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큰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해 작은 모델을 훈련하는 것이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AI 연구소의 사라 존슨 교수는 "증류 기술은 원래 연구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최근 AI 기술 탈취에 악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 대변인은 이날 WSJ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술 보호를 위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혹은 지난 22일 딥시크가 발표한 신규 AI 모델 'R1'을 둘러싸고 제기됐다. 딥시크는 자사의 R1 모델이 최신 고성능 AI 칩 없이도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들과 동등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WSJ는 최첨단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수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경쟁사의 모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미국 정부 AI 담당관인 데이비드 삭스는 29일 "딥시크가 오픈AI 모델에서 지식을 추출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이는 수십억 달러가 투자된 AI 기술의 불법적 유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혹은 딥시크 챗봇의 특이한 응답에서 먼저 발견됐다.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 게시된 스크린샷에 따르면, 딥시크 챗봇은 "오픈AI의 정책에 따라 의식이나 감각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스탠포드대학교 AI 연구소의 제임스 브라운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오픈AI 챗봇의 고유한 응답 패턴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오픈AI는 자사의 서비스 약관에서 고객이 AI 모델의 결과물을 경쟁 모델 개발에 활용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자사 모델을 무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계정을 차단했으며, 주요 파트너사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협력해 기술 유출 행위자를 추적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으며, 딥시크 측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WSJ의 소유주인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은 오픈AI와 콘텐츠 라이선싱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