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이자 새로 출범하는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하면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종전보다 더 강하게 행사하는 인사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유럽과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극우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이 머스크의 거침없는 광폭 행보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나서 시선을 끌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제학자로 현재 가디언 객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로버트 라이시는 8일(현지 시각) 이 신문에 낸 글에서 “머스크가 인류 역사상 무제한적인 권력의 유혹에 빠진 첫 번째 인물은 아니지만, 이처럼 많은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킨 사례는 없었다”면서 그의 강력한 권력을 견제할 방안을 몇 가지로 압축해 제시했다.
라이시는 머스크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첫 번째로 ‘외국인의 선거 개입 금지’ 방안을 제시했다.
머스크 같은 외국인이 자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철저히 금지하는 법률과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 머스크는 최근 들어 영국 극우 정당 지원과 같은 활동을 통해 외국 정치에 개입하면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라이시는 선거자금 기부, 선거 관련 발언,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정치적 여론 형성 등 모든 형태의 외국인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방안은 ‘혐오 발언에 대한 규제 강화’다. 혐오 발언과 차별적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도 철저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라이시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X는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주요 창구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이미 온라인 혐오 발언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한 사례를 참고해 국제적으로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 번째 방안은 ‘머스크가 경영하는 기업들과의 계약을 중단하는 것’.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의 주요 기업들과의 계약을 중단해야 한다고 라이시는 제안했다. 스페이스X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미 국방부를 포함한 주요 정부기관과 협력하며 전략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계약이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라이시의 주장이다.
네 번째로 ‘기술 이전 및 합작 사업의 철수’ 방안도 거론됐다. 머스크의 기업들이 관여한 기술 이전이나 합작 사업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머스크가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특정 국가나 집단의 정치적 입장을 지원하거나 자신의 이념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둔 방안이다. 예컨대 머스크가 창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xAI는 국제 기술 협력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있다는 것이 라이시의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