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1월 수출입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수입은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내수 부진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미·중 무역 갈등 장기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더해져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12.7%)보다 증가율이 크게 낮아졌을 뿐 아니라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11월 중국의 수출입 실적 중 더욱 심각한 것은 수입 부문의 부진이다. 11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9% 감소하며 2023년 9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0.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내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내년에는 더욱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BC에 따르면 메이뱅크의 에리카 테이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인상 전에 중국 제품 구매를 앞당기면서 단기적으로 수출이 늘었지만, 이러한 효과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확대하고 소비 수요를 늘리기 위한 '비전통적인 역주기적 조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책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에 그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소비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