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요직을 맡은 머스크가 정부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름 아닌 공공연하게 언급돼 온 그의 개인적인 라이벌들 때문이다.
◇ 머스크 vs 베이조스·올트먼·저커버그
8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그 가운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가 대표적인 라이벌로 꼽힌다.
이들이 머스크의 숙적들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일 뿐 아니라 이유도 많으나 무엇보다 머스크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들 모두 세계 최고의 부호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각축을 벌여온 사이이기도 하다.
설사 머스크가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들을 눈에 드러나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연방정부가 이들이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거나 이들과 맺는 각종 계약을 중단하거나 재검토하게 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IT 전문 법률가는 CNN과 인터뷰에서 “비근한 예로 머스크가 미 법무부에 위법 의혹이 제기된 라이벌 기업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설 경우 법무부가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해당 기업은 큰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머스크와 베이조스
머스크가 겸영하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최대 경쟁사 가운데 하나가 베이조스가 창업한 블루오리진이라서다. 스페이스X가 위성 기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보급에 이미 나섰지만 블루오리진도 카이퍼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위성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창업 시점으로 따지면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보다 2년 빠른 지난 2000년 출범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IT 시장에서도 경쟁 관계다. 베이조스가 창업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유통사업뿐 아니라 배송용 전기트럭을 비롯한 자율주행차 사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 사업을 테슬라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머스크는 베이조스가 사주로 있는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종종 해왔다.
스페이스X 출범 초기 임원을 지낸 바 있는 짐 캔트렐은 CNN과 인터뷰에서 “머스크와 베이조스의 라이벌 관계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개인적인 차원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 머스크와 올트먼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머스크가 바로 최근까지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라이벌이다.
두 사람이 겹치는 사업은 오픈AI가 주도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함께 공동투자자로 참여했을 정도로 오픈AI의 창업 과정에 깊이 관여했으나 오픈AI가 당초 창업 이념을 저버렸다고 비난하면서 오픈AI의 대항마를 표방하며 xAI를 지난해 창업했고 최근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다.
◇ 머스크와 저커버그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라이벌 관계는 지난 한해 주요 언론을 장식했지만 결국 무산된 세기의 격투기로 온 세상에 여실히 드러났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업계에서도 저커버그와 치열한 경쟁 대상이다. 머스크는 세계 최대 단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X를 소유하고 있고 저커버그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스의 총수다.
메타가 비록 논란은 있으나 메타버스라는 거대한 IT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AI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인 점도 xAI를 띄우려는 머스크의 앞길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기술에 기반해 구축이 추진되는 분야인데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역시 인간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인 것도 두 사람이 언젠가 만나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교집합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