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가 취임 전부터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수정헌법 22조로 인해 더는 재선이 어려운 '레임덕 대통령'이라는 근본 한계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위기를 넘어, 미국의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파장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1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 파격 인사의 역설, 의도와 현실의 간극
이에 트럼프가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 내각 인선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맷 게이츠(법무장관), 털시 개버드(국가정보국장),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보건복지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국방장관) 등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의도와 달리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공화당 내부의 균열이다. 상원 공화당 지도부 선거에서 트럼프가 지지한 릭 스콧의 패배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재선이 불가능한 레임덕 대통령 영향력의 한계를 의식해, 공화당 의원들이 점차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 견제와 균형, 미국 민주주의의 시험대
이 상황은 역설적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헌법적 제약, 의회의 견제, 당내 반발이라는 삼중 방어막이 극단적 정책 추진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추진하려는 대규모 법인세 인하(현행 21%에서 15%로)는 의회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예산처(CBO) 분석에 따르면, 세율 인하는 향후 10년간 약 1조 달러의 세수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의원들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 새로운 정치 지형의 가능성
이러한 정치 환경 변화로 의회 내 새로운 협력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정책 사안에 따라 초당적 협의가 불가피한 상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정책이나 국가 안보 관련 사안에서는 양당 간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적 영향, 단기 불안과 장기 안정의 균형점
금융시장은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견제 장치들이 극단적 정책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시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들의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트럼프 2기의 정책 실현 가능성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며, 이는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S&P500 지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 지수는 트럼프 당선 직후에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이후 안정세를 잡아가고 있다.
◇ 국제 관계에 미치는 영향
트럼프 레임덕 상황은 국제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미중 관계에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강경한 대중 정책이 의회의 견제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중 관계에 있어서도 의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정책과 기술 규제 등 주요 현안에서 의회의 초당적 논의가 정책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행정부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복잡한 통상 문제들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트럼프 레임덕 상황은 미국 정치·경제에 도전이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단기적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민주주의와 경제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향후 트럼프가 이러한 제약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그리고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