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로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뛰어오르는 등 뜨겁게 반응한 데 이어 그동안 주춤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다시 달아오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선거 승리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데다 규제 완화 가능성도 커지면서 한동안 관망했던 기업들이 내년 초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이 확정된 후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는 3년 만에 최고치 근방으로 뛰어오르는 랠리를 펼쳤다.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월가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ICR 캐피털의 스티브 패리쉬 공동 대표는 “이번 선거가 부담 요인이었지만, 결과가 나온 지금 일부 사모펀드들이 상장 절차를 시작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절차를 시작했거나 2025년 IPO를 염두에 둔 기업에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 규모는 약 400억 달러(약 55조 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4% 급증한 수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4분의 3을 포함한 팬데믹 이전 10년 동안의 평균치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류를 제출한 IPO 추진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 IPO 활동이 당장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의 친(親) 암호화폐 성향을 감안하면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이 잇따라 상장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분위기가 빠르게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사임하거나 트럼프가 겐슬러 위원장의 해임을 강행할 경우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겐슬러 위원장이 암호화폐 사업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로 대응해 가상자산에 적대적 인물이라는 인식이 확산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 파이낸셜의 제레미 엘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과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도 상장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루이스트 증권의 웨스트 릭스 주식 자본시장 책임자는 기업들이 이번 증시의 랠리를 활용해 자본을 조달하고 내부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릭스는 “전환사채 발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주식 시장의 랠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금리 급등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릭스는 IPO 일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으면서도 내년과 그 이후에 대규모 IPO에 대한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