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 시각) “트럼프가 집권 2기에 연준에 어느 정도로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파월이 경제 진로와 통화 정책을 놓고 상반된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불법 이민자 추방, 2017년 감세 조처 연장을 공약했다. 그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물가가 오르고,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증가한다.
연준은 그동안 고금리 정책으로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단계적으로 금리를 내려 경기 침체와 노동시장 악화 사태를 막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파월 의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공세를 취하면 파월 의장이 수세에 몰리고, 연준의 통화 정책과 독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
연준은 6, 7일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이 회의가 끝난 뒤 7일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통화 정책에 관해 설명한다. 파월 의장은 이때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연준의 향후 통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지명으로 의장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에 파월 의장의 통화 정책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연준이 지난 9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자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연준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지원하려고 의도적으로 선거 직전에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연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유지돼온 연준의 통화 정책에 개입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에도 파월 의장의 해임을 검토했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로 법적으로 해임이 가능한지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대통령이 연준 의장과 이사를 지명하지만, 상원이 인준 권한을 행사한다. 상원과 하원의 관련 상임위는 연준에 대한 감독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줄곧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정치적인 이유로 통화 정책을 수정하는 일이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었다.
트럼프가 연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연준 의장과 이사에 대한 인사권을 동원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파월 의장을 조기에 해임하지는 않을 것이나 오는 2026년 5월에 그의 임기가 끝나면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연준 이사 자리는 오는 2028년 1월에 공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연준 의장을 새로 지명하고,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연준 이사로 지명할 수 있다.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 기구인 FOMC 멤버인 7명의 연준 이사가 교체 대상이고, 은행감독 담당 마이클 바 부의장은 강등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파월 의장을 축출하지도 않겠지만, 재지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트럼프의 요구를 더 잘 들어주는 인사들로 연준을 재편하려고 한다고 WP가 강조했다.
FOMC 회의에서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투표권을 행사하는 연준 이사는 7명이고, 임기는 14년이다. 연준 부의장의 임기는 4년이고, 바 부의장 임기는 2026년에 7월에 끝난다. 바 부의장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32년까지다.
연준 내에서 ‘최고 매파’로 평가받는 미셸 보먼 이사(53)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인 2018년 그를 이사로 지명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해 보먼 이사가 은행 감독 담당 연준 부의장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