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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전력 사실상 올스톱" 영국 핵잠수함 5척 동시 비가동… 가동률 0%, 초유의 사태

영국 NATO 탐지 기준, 주변 해역 러시아 잠수함 도발 1년 새 33.0% 폭증
특수 도크 부족에 발 묶인 서유럽 방산망, K-방산 함정 MRO 공급망 기회 부각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LIG D&A, 유럽 해외 거점 및 특수선 정비 수주 모멘텀 주목
영국 해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격형 핵잠수함 전력이 정비 도크에 한꺼번에 묶이며 단 한 척도 출격하지 못하는 초유의 전략적 억제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해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격형 핵잠수함 전력이 정비 도크에 한꺼번에 묶이며 단 한 척도 출격하지 못하는 초유의 전략적 억제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영국 해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격형 핵잠수함 전력이 정비 도크에 한꺼번에 묶이며 단 한 척도 출격하지 못하는 초유의 전략적 억제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지난 7(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영국 해군의 핵심 수중 전력인 애스튜트(Astute)급 핵잠수함 5척 전체가 기술적 문제와 정비 지연으로 전원 입항 상태라고 전했다. 영국 및 NATO의 탐지 기준에서 영국 인근 해역 러시아 잠수함의 탐지 및 추적 활동이 1년 새 33% 증가한 민감한 시점에 영국 핵심 안보를 담당하는 중추 전력이 사실상 마비된 꼴이다.

이번 사태는 총 건조비 122억 파운드(2521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공격형 핵잠수함 전력의 작전 가능 전력 기준 가동률이 0%로 추락했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트라이던트(Trident) 핵미사일을 탑재한 뱅가드급 전략핵잠수함(SSBN)의 작전 호위 임무는 물론,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전단의 수중 방공망 전반에 구조적 취약성이 노출되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동률 한계에 직면한 나토(NATO) 방산망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검증받은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 부재가 부른 정비 병목… 전직 사령관들 일제히 질책

영국 해군의 최신예 공격형 핵잠수함인 애스튜트급은 총 7척이 계획되어 현재 5척이 작전 배치되었고 6호함은 취역 후 전력화 대기 중이다. 그러나 군 소식통과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호주 연합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안손(HMS Anson)함의 기술적 결함을 기점으로 전력화된 5척 모두가 동시에 정비 도크에 발이 묶였다.

영국은 데번포트(Devonport) 등 방사능 안전 설비를 갖춘 제한된 도크에서만 핵잠수함 정비가 가능하고 숙련 인력도 부족해, 한 군데서 정비가 지연되면 전 함대가 대기해야 하는 구조적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전직 핵잠수함 함장이었던 라이언 램지(Ryan Ramsey) 해군 대령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리가 잠수함을 바다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안다"라며 "유지 보수 시설 예산 투입을 수십 년간 미뤄온 결과가 안보 리스크로 돌아왔다"라고 지적했다. 전 제일해군경(해군참모총장)인 웨스트 경 역시 데일리 메일을 통해 "공격형 잠수함은 전략핵잠수함을 지키는 방패"라며 전략 억제력 약화를 경고했다. 설상가상으로 항공모함 프린스 오브 웨일스함까지 노르웨이 작전 중 고장으로 멈춰 서며 영국 해군의 정비 신뢰도는 심각한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한 북해 위협과 국내 함정 방산의 투자 논리


영국 군 수뇌부는 이번 수중 전력 공백이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와 맞물렸다고 우려한다. 리처드 나이턴(Sir Richard Knighton) 영국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5BBC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리의 방어망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라며 현 상황을 군 생활 중 가장 위험한 시기로 진단했다.

방위산업 전문가들은 오쿠스(AUKUS) 동맹을 통해 미국, 호주, 영국이 차세대 핵잠수함을 공동 건조하겠다는 장기 청사진을 추진 중이나, 정작 발등에 떨어진 불인 기존 함정의 MRO 가동률은 재정 부족으로 바닥을 치는 실정이라고 분석한다. 국방부와 재무부 간의 예산 갈등으로 10개년 국방 투자 계획 발표마저 연기되면서 서유럽의 방산 공급망 공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서유럽의 정비 인프라 공백은 국내 특수선 및 방산 기업들에 실질적인 수주 기회로 연결된다. 한국은 상선·군함 통합 MRO 체계와 빠른 납기,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는 수상함 MRO 역량과 수출 경험이 풍부한 HD현대중공업과 잠수함 창정비 및 해외 창정비 기술 지원 경험을 보유한 한화오션이 글로벌 아웃소싱 시장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힌다. 아울러 함정의 대잠 센서, 소나, 무장 체계 유지보수 역량을 갖춘 LIG D&A 역시 가치사슬(Value Chain) 확장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 대잠 방어선 의존 속 중장기적 나토 MRO 공급망 진입 국면


단기(1~2년 이내)적으로 영국 해군은 가용 자산을 총동원해 영해 방어에 나설 방침이지만, 수중 작전의 핵심인 핵잠수함 부재로 인해 북해 레이더망과 대잠항공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제한된 도크 사정으로 인해 전력 복구와 승조원 전술 훈련 정상화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장기(3년 이상)적으로는 영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의 방산 제조업 기반 약화가 확인되면서, 군함 건조와 정비 주기 단축이 유럽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과 영국의 가동률 저하를 목도한 호주 등 오쿠스 동맹국들이 정비 다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 방산 기업들이 해외 거점 인프라 투자와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진입할 전환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가 당장 확인해야 할 경제 안보 체크포인트


유럽 방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인프라 공백은 국내 방산 업계에 거대한 기회 공간을 제공한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방산 지형의 변화를 가늠하기 위해 다음 4가지 지표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첫째, 영국 국방 투자 계획서 예산 배정 추이다. 이르면 이번 주 발표될 예산안에서 해군 정비 시설(MRO) 현대화에 배정되는 자금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이 자금의 향방에 따라 영국이 자체 정비 노선을 고수할지, 우방국 아웃소싱을 확대할지 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글로벌 군용 함정 MRO 아웃소싱 비중 지표다. 나토 회원국들이 자체 정비 한계를 인정하고 우방국으로 MRO를 다변화하는 정책 기조의 변화 여부다. 한국 기업의 서유럽 함정 정비 시장 진입 가능성과 수주 모멘텀을 측정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셋째, 오쿠스(AUKUS) 연합 내 유지보수 협력 구조 변화다. 동맹국 간의 인도·태평양 및 유럽 지역 내 정비 기지 다변화 정책과 한국 방산 기업의 참여 여부다. 이는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글로벌 정비 거점을 선점하고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하는 획기적인 트리거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넷째, 국내 주요 방산 기업의 해외 합작법인(JV) 설립 동향이다. 국내 대형 조선·방산 그룹의 해외 거점 인프라 투자 속도와 현지 정비 기지 확보 여부다. 현지 파트너십 구축 속도가 빠를수록 유럽 방산 공급망의 빈틈을 선점하여 실적 호전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다.

러시아의 수중 도발 속에서 발생한 영국의 핵잠수함 비가동 사태는 첨단 무기의 보유만큼이나 이를 뒷받침할 제조·정비 인프라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유럽의 방산 공급망 붕괴는 역설적으로 한국 방위산업이 단순 무기 수출을 넘어 글로벌 정비 체계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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