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접전 양상으로 5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선거(대선)가 시작되면서,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어적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권고하고 있다.
5일 증권가를 종합하면, 증시에서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기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일 경우 결과 확정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어서, 이에 따른 변동성 지속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종가 대비 0.47% 하락한 2576.88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 기간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은 대표적 '트럼프 수혜주'로 꼽혀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상화폐 파생상품 공급업체 오르비트마켓츠의 캐럴라인 모렌은 이날 옵션시장에서 선거 다음 날 비트코인이 어느 방향으로든 8%가량 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상시 상·하방으로 2% 정도 변동성이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수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을 가상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고, 그를 모델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이 출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출렁이고 있으며, 9월 초 저점을 찍고 40%가량 상승해 지난달 29일 7만3000 달러선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달 미국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순유입액은 53억 달러(약 7조3000억원)로 사상 2번째로 많았다.
그외 트럼프 수혜주로는 전통 에너지·산업재 등이 꼽힌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시 수혜주는 대표적으로 2차전지와 친환경 에너지·전기차 산업 등이 꼽힌다.
미국 국채의 경우 누가 당선되더라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크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는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4.274%로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3bp 상승한 연 4.131%다.
이는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재정 적자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고,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레이더들은 다음달 말까지 10년물 국채금리가 4.5%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반면 최근 고공행진하는 금·은 가격은 미국 대선 결과와 별개로 꾸준히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 가격 상승은 미 대선과 중동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다만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 경우 금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강세로 각국 통화 가치가 낮아지는 것에 대한 헷징 수단으로서 금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썼다.
증권사들은 트럼프 vs 해리스 당선 여부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기존의 바이든의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으나, 문제는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인데,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리쇼어링은 지속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와 보편 관세 관점에서 리쇼어링을 촉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와 해리스의 에너지 정책 비교에서 "해리스의 정책은 기존 바이든의 정책과 유사해 전기차/태양광/풍력 등에 대한 수혜가 지속되고,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 탈퇴, IRA 보조금 철폐 등 급진적 정책, 또 화석연료 및 원전 등에 대한 우호적인 스탠스"라고 제시했다.
윤 연구원은 "미국의 전력 수요 급증, 두 후보 간 가스에 대한 긍정적 스탠스를 감안할 때, 가스 관련 글로벌 가스관련 밸류체인에 대한 수혜는 지속될 것"이라며 "태양광은 수요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 시 다소 불리할 수 있으나, 미국 내 밸류체인을 가진 업체들은 오히려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기업실적보다 트럼프 후보 당선 가능성을 한동안 거칠게 반영했는데, 막상 대선 이후 흐름은 다소 진정될 듯하다"며 "그러나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교역은 정체되고 각국의 안보위협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제시했다.
허 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수혜자는 없고, 피해자와 덜 피해자만 만들 것으로, 멕시코, 베트남, 한국의 피해가 더 클 전망이나, 그나마 2018년 당시에 비해 실적 감소 폭이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게 위안거리다"라고 봤다.
허 연구원은 "해리스 후보가 되면, 트럼프 위험을 반영했던 금리는 하락하고, 국내 증시는 좀 더 양호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2018~2019년보다는 충격이 덜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