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머스크 행보, '게임체인저'냐 '정경유착'이냐 관심 집중

美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흔드는 '신흥 과두정치' 시대 개막 예상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4 06:47

테슬라 CEO이자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7일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테슬라 CEO이자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27일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지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024년 미국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의 전격적인 트럼프 지지 선언이라는 '10월 서프라이즈'가 미국의 정치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이자 테슬라·스페이스X CEO인 머스크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정치적 지지를 넘어,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테크노크라트와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동맹'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예고한다.

머스크의 영향력은 구체적인 수치와 행보로 확인된다. 그는 7월 초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 이하 PAC)인 아메리카 PAC을 통해 1억1850만 달러 규모의 선거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7월 14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장 총격 사건 직후 트럼프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8월 12일 트럼프와의 파격적인 단독 대담,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집회 참석 등 전면적인 지원에 나섰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주요 경합 주 펜실베이니아의 등록 유권자에게 매일 100만 달러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선거 전략이다.

머스크의 영향력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휘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심층분석에 따르면, 행정부 게시물 도달률은 1년 새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공화당 의원들의 게시물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직접 개입한 정치 관련 게시물은 평균 도달률이 일반 게시물 대비 3배 이상 높게 나타나며, 18~29세 젊은 유권자층의 트럼프 지지 전환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10월부터 바이든 행정부 지지율에 뒤지던 트럼프의 반격이 본격화되었다. 데이터 기반 여론조사 분석 전문기관인 538(FiveThirtyEight)이 2024년 9월 30일 발표한 전국 평균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8월 23일 3.7%P까지 벌어졌던 것이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해 현재 1%대로 줄어든 상태이고, 주요 경합 주에서도 트럼프가 선전하고 있다. 승리에 가장 중요한 경합 주로 여겨지는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가 0.5%P 미만의 근소한 차이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지지율 상승을 전적으로 머스크 지원 효과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최근의 선거판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그의 유권자 등록 캠페인으로 7개 경합 주에서 상당수의 신규 유권자가 등록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공화당 성향으로 분류됐다. 특히 X 플랫폼을 통한 젊은 층 공략이 주효했으며, 머스크를 선호하는 18~29세 유권자층이 트럼프 지지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할 '정부 효율성 부서(DOGE)'를 머스크에게 맡기기로 약속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실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등 대규모 유세장을 누비며 '효율적 정부'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머스크는 연간 6.7조 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지출에서 최소 2조 달러를 삭감하겠다는 파격적인 구상을 내놓았다. 2024 회계연도 지출 내역을 보면, 사회보장 1조 달러, 보건 9120억 달러, 순이자지출 8820억 달러, 메디케어와 국방이 각각 8740억 달러를 차지한다. 이런 구조에서 2조 달러 삭감은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분야의 80% 이상을 줄여야 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긴축이 정부의 기본 기능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머스크의 파격적인 정부 구조조정안은 그 현실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주목할 만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부 혁신과 재정 건전성에 목마른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하며, 이는 단순한 예산 논쟁을 넘어 '변화에 대한 열망'을 상징하는 의제로 발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문화를 대표하는 머스크의 이미지는 기존 정부 운영 방식의 대대적 개편이라는 과감한 제안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이는 정부 비효율에 불만을 가진 보수층은 물론, 기성 정치에 식상한 무당층 일부에게도 흥미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2조 달러 삭감이라는 구체적 수치를 두고는 신중론도 제기되지만, '과감한 변화'라는 키워드가 특정 지지층의 결집과 참여 의지를 고무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와 트럼프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적 후원을 넘어선다. 한때 적대적이었던 두 사람은 이제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소통하며 주요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전직 연방선거관리위원장 트레버 포터는 "세계 최고 부호가 차기 정권의 정부 계약과 사업 관계를 좌우할 수 있는 위치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긴밀한 협력 관계는 워터게이트 이후 수립된 미국의 선거자금법 체계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치 자금 운용의 투명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현행 법체계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머스크가 추진 중인 스페이스X의 화성 개발 사업이나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이 정부 고위직 진출 이후 정책적 특혜나 규제 완화와 맞물릴 경우의 파급효과다. 특히 스페이스X의 경우, 현재 FAA(연방항공청)와 NEPA(국가환경정책법) 등 연방정부의 복잡한 규제 체계로 인해 우주개발 일정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간협약(interstate compact)' 제도를 활용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상하고 있다. 텍사스, 플로리다 등 우주산업 중심 주들이 'Space Coast Compact'를 체결해 독자적인 발사 허가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미국의 연방주의 전통을 활용한 혁신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부호가 정부의 공식 권한을 통해 자신의 사업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가 제도화된다면, 이는 자유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 경쟁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우주산업 분야에서 연방정부의 관리 감독이 약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산업정책의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머스크 진영에서는 현재의 경직된 규제로 인해 중국 등 경쟁국들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인 규제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테크 생태계는 머스크의 정치 참여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주요 벤처캐피털 파트너들은 비공개 모임을 통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술혁신 가속화' 의제를 적극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는 머스크의 정부 혁신안에 구체적인 정책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드론 배송, 자율주행, 우주산업, AI 등 신기술 분야의 기업들은 현재의 규제 체계가 혁신을 저해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머스크의 반관료제적 개혁 구상이 첨단 기술 산업 전반의 도약을 이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전반에 퍼진 이러한 기대감은 단순한 개인적 지지를 넘어, 기술 산업계의 새로운 정치적 결집으로 이어진다.

정치분석가들은 이번 대선이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미국의 통치 체제와 경제 질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전통적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는 새로운 실험을 선택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특히, 이 '미국식 실험'이 글로벌 기술혁신과 경제 질서에 미칠 파급효과다. 이미 유럽연합은 머스크의 정부 혁신 구상이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의 우주 개발 및 전기차 산업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도 실리콘밸리식 혁신 모델의 정부 도입이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크 기업가의 정부 진출이라는 전례 없는 실험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의 물결은 미국을 넘어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이 실험의 성패가 자국의 기술 정책과 경제 운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기아 K8의 매력에 홀딱 반하다"...한달 리뷰어의 솔직 고백
"뽑아가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든다" 섬세함으로 여심 잡은 볼보 XC90
이뿌다~~ 크기 무관,  '좋고 안 좋고는' 역시 '타'봐야 안다!!!
장점만 모아 놨다는 입문용 전기차 기아 EV3 타봤다희!
업그레이드 카라이프 '폭스바겐 투아렉'..."럭셔리도 성능도 잡았다"
"무서(거)운 남자들이 나타났다", 일당백(kg) 망원동 부장들, 현대차 캐스퍼 시승에 나서보니...
산으로 가는 바캉스에 잘 어울리는 차, 프리미엄 오프로드 랜드로버 디펜더 90
"바캉스 갈 땐 오픈카만한 게 없지~" 메르세데스-AMG SL 63 4MATIC+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