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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자금조달 열풍, 월가 전방위로 확산

알파벳 850억달러 유상증자부터 빅테크 1590억달러 채권 발행까지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주식·채권·IPO 시장 흔들어
월가의 자금 조달 경쟁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주식·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월가의 자금 조달 경쟁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맞물려 주식·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진=챗GPT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주식 발행, 채권 발행, 기업공개(IPO), 사모대출까지 금융시장의 거의 모든 자금 조달 통로로 번지고 있다.
IT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막대한 현금을 필요로 하면서 월가가 이 자금 수요를 전방위로 떠받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빅테크의 대규모 자본 조달이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850억달러(약 129조2850억원) 규모의 주식 발행 계획을 밝혔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올해 IPO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빅테크, 채권시장까지 자금조달 확대


AI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알파벳, 아마존닷컴,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은 올들어 전 세계에서 1590억달러(약 241조839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행액 1080억달러(약 164조2680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준으로 지난 2024년 170억달러(약 25조8570억원)와 비교하면 9배가 넘는다.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고수익 채권시장에서 수십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했고, 신생 AI 클라우드 기업들은 반도체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과 사모 신용펀드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AI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채, 지방채, 사모대출 시장까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로 커진 셈이다.

대규모 자금 조달은 시장에 양면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 진보 기대를 키우며 증시를 지탱하는 요인이 됐지만 동시에 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할 신주와 채권 물량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주식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어 지난주 기술주 매도세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투자 수요는 아직 강하다.

미국 회사채 투자자가 국채 대신 회사채를 보유할 때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은 수십 년 만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기술주 업종은 2분기 31% 상승했다.

8일 뉴욕증시에서도 기술주는 반등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9% 올랐고 S&P500지수는 0.3% 상승했다. 반면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1포인트, 0.2% 하락했다.

데이비드 레프코위츠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미국 주식 책임자는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뀐 신호 몇 가지가 있었다”며 “이 신호가 투자자들이 투자 수익 전망을 더 확신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데이터센터 투자, 1850년대 철도 확장보다 큰 규모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역사적 비교를 낳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등 4개 빅테크의 올해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지출은 6700억달러(약 1019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규모 대비 투자 비중으로 보면 1850년대 미국 철도 확장기보다 큰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규모는 거품 논란도 키우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알파벳의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처럼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 있는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얼마나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들의 낙관론도 강해지고 있다. 앤스로픽은 기업용 구독 기반 코딩 도구에 집중하면서 빠르게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109억달러(약 16조5790억원)로 두 배 증가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모델 학습과 운영 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각각 1000억달러(약 152조1000억원)가 넘는 벤처 자금을 조달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같은 기존 빅테크는 처음에는 기존 사업에서 나오는 막대한 현금으로 AI 투자를 감당했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가 지난해 채권시장으로 향했다.

올해는 조달 통화도 넓어졌다.

알파벳은 미국 달러뿐 아니라 캐나다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스위스프랑, 영국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했다. 특히 파운드화 채권 가운데는 이례적인 100년 만기 채권도 포함됐다. 알파벳은 지난주 제출된 예비 투자설명서를 통해 캘리포니아 지방채 시장에서 에너지 자금 조달 목적으로 10억달러(약 1조5210억원)를 빌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마존도 올해 미국 달러, 유로화, 스위스프랑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8일 캐나다달러 채권 발행을 준비했다.

◇ 오라클·코어위브, 투자 열풍 속 위험도 부각


빅테크의 차입 확대가 과거 신용 붐과 비교되지만 현재 자금 조달의 핵심 기업 상당수는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의 10년 만기 채권과 미국 국채 간 금리 차이는 평균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낮은 수준이다. 메타플랫폼 채권의 금리 차이는 평균보다 약간 높다.

예외도 있다.

오라클은 지난해 9월 이후 430억달러(약 65조403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오라클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전환하며 오픈AI 등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임대하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수년간 수백억달러의 현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라클은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채권 거래 수준은 투기등급 최상위권 채권에 더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오라클 채권은 최근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 전반의 강세와 함께 반등했고, 최소 200억달러(약 30조420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 계획에도 주가는 올해 8.7% 올랐다.

투기등급 기업인 코어위브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 크게 개선됐다. 코어위브는 과거 비트코인 채굴업체에서 주요 AI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로 바뀐 기업이다. 지난해에는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 소식 뒤 주식과 채권이 급락하며 채권시장 차입 능력 자체가 의심받았다.

올해 들어 분위기는 달라졌다. 코어위브 주가는 43% 올랐고 채권 스프레드는 약 4%포인트 축소됐다. 이를 바탕으로 코어위브는 올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200억달러(약 30조4200억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회의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지금 당장 AI 투자 열풍에 반대로 베팅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있다. 아야코 요시오카 웰스 인핸스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기업들이 결국 과도한 AI 인프라를 짓게 되고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요시오카 전략가는 “아직 투자할 시간이 있다”며 “이 인프라 구축의 규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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