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섬에 따라 중국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머스크가 미·중 무역 전쟁의 중재자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WSJ)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러나 야후 파이낸스 조사에서는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이 득표에 도움이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중국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중국 정부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중 간 무역 전쟁 발발로 머스크의 테슬라가 시험대에 설 것이라고 WSJ이 지적했다. 중국 정부 당국은 트럼프가 승리하면 ‘친중’ 성향의 머스크가 미국 정부의 중국산 전기차와 기술에 대한 규제를 누그러뜨리는 데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테슬라는 지난주에 올해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내년 '폭풍 성장'을 예고했다. 테슬라는 올해 3분기 주당순이익이 0.7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58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7.3% 상승한 21억7000만 달러이며, 매출은 8% 오른 251억 달러에 달했다.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올해 3분기에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3%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테슬라의 해외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연간 1백만 대가량을 생산한다.
트럼프는 집권하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이 최근 경제 성장 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집권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중국이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머스크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자신과 트럼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모두에게 유리한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이날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 활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야후 파이낸스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머스크의 트럼프 지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트럼프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25%에 그쳤다. 그러나 머스크의 지원 활동에 반발해 오히려 트럼프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률은 이보다 3% 포인트가 높은 28%를 기록했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부동층 유권자 중에서도 머스크의 트럼프에 대한 지원에 긍정적인 평가는 21%에 그쳤고, 부정적인 평가가 28%에 달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에 최소 1억3200만 달러(약 1837억 원)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미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아메리카 팩'에 자금을 대는 것 외에도 공화당의 연방 상원의원 선출을 목표로 하는 슈퍼팩 '상원 리더십 펀드'에 1000만 달러(약 139억 원)를 기부했다.
머스크는 경합 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현금 살포'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미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와 2조(총기 소지 권리 보장) 지지 청원 참여자에 대한 보상을 명목으로 하는 무작위 추첨 상금 지급 계획을 지난 19일 발표한 뒤 매일 한 명을 뽑아 100만 달러(약 13억9000만 원)씩 주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