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칩스 법)을 사수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각) 밝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이 법의 폐기 의사를 밝혔었다. 또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이 전날 반도체 법이 폐지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조지아 애틀랜타 유세에서 반도체 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 제조업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내 계획이자 의향"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에 보조금을 지속해서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
존슨 의장은 전날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공화당 브랜던 윌리엄스 하원의원 지원 행사에서 공화당이 5일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 반도체 법을 폐지하겠냐는 질문에 "난 우리가 아마 그렇게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가 추후 "반도체 법은 폐지 대상이 아니다"라며 발언을 정정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존슨 의장의 발언을 겨냥해 “그들이 건강보험개혁법(일명 오바마케어 법)을 없애려 하더니 이제 칩스 법을 폐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반도체 법을 비판하고,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트럼프는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부자 기업들이 와서 돈을 빌려서 여기에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도록 수십억 달러를 대는 데 그들은 어차피 우리한테 좋은 기업들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칩스 법 시행에 맞춰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약속을 받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데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인텔은 약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40억 달러(약 61조 원)를 투자하고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TSMC는 650억 달러를 투자해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4억 5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TSMC도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미 정부 보조금은 건설 진척에 따라 지급되고 있으며 아직 기업 측이 실제 보조금을 받은 단계는 아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삼성전자 등이 대미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미국 정부가 39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이 기업 측에 전달되기도 전에 민주당 진보 그룹과 친노조 성향의 인사들이 이 법 시행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미국에서 반도체 공장 신규 건설 시 환경영향 평가를 면제해 주는 법안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미 의회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에 앞서 통상 1년가량 걸리는 환경 심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국가환경정책법(NEPA) 개정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민주당 진보 그룹은 정부와 의회의 이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법에 따른 첫 번째 반도체 허브로 뉴욕주 주도인 올버니(Albany)를 선정하는 등 이 법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미 정부는 올버니 나노테크 콤플렉스에 반도체 제조 기술 센터를 설립한다. 올버니에는 반도체 허브의 핵심 시설인 국립반도체기술센터(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NSTC)가 들어서고, 이곳에서 컴퓨터 칩 연구 및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미국 정부는 또 반도체 디자인과 패키징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2곳의 반도체 허브는 다음에 발표할 예정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