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와 상·하원 선거에 나서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선거일 직전인 이번 주에 속속 나오는 경제지표가 한 줄기 마지막 빛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권자가 한 표를 행하는 데 경제가 가장 중요한 변수고, 이번에 나오는 경제지표가 대체로 해리스와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대선일을 일주일 앞두고 마지막으로 29일(현지 시각) 나온 소비자신뢰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이는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아졌다는 뜻이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10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08.7(1985년=100 기준)로 한 달 전(99.2) 대비 9.5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사업·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도 89.1로 6.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경기침체 위험 신호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80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현재 사업·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반영한 '현재 상황 지수'는 138.0으로 14.2포인트 상승했다. 10월의 소비자 신뢰도 증가는 모든 연령대와 대부분의 소득 구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미국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9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는 구인 규모가 예상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 규모는 올해 9월에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었다. 9월 구인 건수는 744만 건으로 전월 대비 42만 건 줄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의 구인 건수는 2022년 3월 1200만 건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인 700만 건대로 회귀한 것으로 그동안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었던 노동시장 과열 상태가 해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CNN은 이날 “미국의 경제 분위기가 선거를 앞두고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최근 뉴욕 증시의 주가 상승과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미국인들이 경제를 더 낙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미국인들이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지난 1년여 계속된 움츠림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곧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에 이른다.
미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사태 속에서 대체로 순항했다. 그렇지만 미국 유권자들이 경제 진로에 불만을 표시해 왔고, 이것이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경제지표를 보면 실질임금 상승, 고용 강세,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물가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건수와 실업률이 발표된다. 이번 달에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 보잉사 파업 등으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나빠졌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의 10월 실업률이 4.1% 안팎으로 나타나면 이는 최근 24년 사이에 대선을 앞두고 나온 최저 실업률 기록이다.
30일에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된다. 블룸버그 통신 조사에서 3분기 성장률이 3%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31일에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공개된다. 9월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1% 오르며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6% 상승했을 것으로 월가가 추정했다.
미국 언론 매체 액시오스는 “민주당은 소비자신뢰지수, 9월 JOLTS, 10월 고용지표 등이 모두 미국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민주당이 선거일 직전에 경제가 좋다는 최종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