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미국 대선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며 신흥국 증시가 이달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EM) 지수는 4일 연속 하락하며 1월 이후 최대 월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알리바바그룹, 텐센트 및 메이투안 등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홍콩에 상장한 중국 주식이 최악의 성적을 냈고 중국 본토 증시도 4일간의 랠리를 중단하고 하락 반전했다.
미국 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제시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이 전 세계 교역을 둔화시켜 신흥국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실망감과 중동 전쟁 및 최근의 미국 달러 강세와 국채 수익률 상승 등도 신흥국 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UBS의 마이클 볼리거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틸만 콜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노트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위험, 중국의 다음 경기부양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미국 대선 이후 교역에 대한 잠재적 장애물이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UBS는 이어 “광범위한 신흥시장 자산군에 대해 중립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기회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증시는 소비 수요를 되살리기 위한 강력한 부양책이 없다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표출되며 일주일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10월 말로 예정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재정 지출에 대한 단서가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증시도 이날 6주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다. 블룸버그는 지난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신흥국 증시의 성과가 저조했던 것처럼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대한 두려움이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60%,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신흥국 통화들이 달러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MSCI 신흥국 통화지수는 이달 들어 2023년 2월 이후 최대 월간 하락 폭을 기록하는 등 역시 약세 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