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중국 안팎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관변 학자들은 최근 잇따라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규모를 점점 키우고 있다. 초기에는 4조 위안(약 773조원) 수준이었던 부양책 규모가 어느새 10조 위안을 넘어 최근에는 12조 위안(약 2320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장 빈 부소장은 지난 20일 중국거시경제포럼 웨비나에서 "현재 소득과 지출 감소 추세를 막으려면 가능한 한 빠르고 신속하게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 지출은 단기간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채 발행, 지방 특수목적채권, 예산 범위 밖 국채 매각 등을 통해 12조 위안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부소장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소득과 소비 감소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빠르게 행동할수록 정부가 치러야 할 비용이 적어지고 정책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경기부양 규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설정한다면 정부 지출 증가율(재정 적자율)은 7% 수준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12조 위안 규모의 정부 부채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4.9%, 4분기 5.2%, 올해 1분기 5.3%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2분기 4.7%, 3분기 4.6%로 둔화됐다. 특히 올해 1~3분기 성장률은 4.8%에 그쳐 '5.0% 안팎' 목표 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미국·유럽연합(EU)과의 무역 분쟁, 누적된 지방정부 부채 문제, 부동산 시장 침체, 내수·투자·외국인직접투자(FDI) 위축, 소비 급감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과거와 달리 정부 부채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중국 경제계획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재정부는 지난 8일과 12일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는 부채를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며 "경기부양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유은행 지원용 특별 국채와 지방정부 유휴 토지 및 미분양 주택 매입용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더 늦기 전에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류상시 중국재정과학연구원 원장은 18일 SCMP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 처했다"며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 10조 위안 이상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학부위원도 지난 16일 "지금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부양책 규모와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입했던 4조 위안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어떤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 효과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