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약 20일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이 '방어적' 전략에 매몰되며, 핵심 지지층 복원에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부통령 재임 4년 동안 흑인 커뮤니티와의 실질적 소통이 부족했던 해리스는 이번 선거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홍보에 투자하며 이들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일방적 손 내밀기에 그쳐 복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CNN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의 순호감도는 9월 +1에서 10월 -1로 하락했다.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78%에 그쳐, 2020년 바이든(90%)과 2016년 힐러리 클린턴(92%)에 비해 크게 낮다. 흑인 남성 지지율은 70%로, 바이든 시절보다 15%포인트나 떨어진 가운데 정체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캠프의 소극적 행보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8월 이후 트럼프-밴스 캠프는 83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해리스-월즈 캠프는 45건에 그쳤다. 트럼프는 보수 매체는 물론 진보 성향의 팟캐스트까지 출연하며 '아메리칸 드림'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냉정하다.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 유권자는 "기업가이자 아버지로서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라며 "트럼프가 일자리를 지키는 데는 이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초의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상징적 의미보다 고용과 경제 안정이라는 실질적 문제를 우선시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현실적 고민을 보여준다.
민주당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한 전략가는 "TV광고 한 편 제작비용이면 수십 건의 현장 인터뷰와 타운홀 미팅이 가능하다"라며 선거자금 운용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흑인 남성층에 "여성 대통령에 대한 편견"을 지적했으나, 이는 해리스의 소통 부재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보이며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다.
CNN 해리 엔텐 기자는 "단순히 트럼프보다 호감도가 높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칫 힐러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리스 캠페인이 뒤늦게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의제'를 발표하고 보수 매체 인터뷰도 늘리고 있지만, 남은 기간 4년간 쌓인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여전히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해리스 지원 유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흑인 유권자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오바마 부부의 지원이 선거 막판 판세를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미셸 오바마 여사는 흑인 여성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강조하며 해리스와 함께하는 유세를 통해 흑인 커뮤니티와의 직접적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해리스 캠프의 '방어적' 선거 전략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지지층 결집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제 미국 대선의 막바지 순간에 흑인 유권자가 판도를 바꿀 핵심 변수로 재부상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