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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中에 독점 공급하는 ‘에탄 수출’ 제한…무역 마찰, 에너지 자원으로 확산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에너지 파이프라인 운영업체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의 본사 건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에너지 파이프라인 운영업체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의 본사 건물. 사진=로이터
미국이 중국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해온 에탄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에너지 자원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에 중국행 에탄 선적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수출 허가를 거부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미국 최대 에너지 수출업체 중 하나인 엔터프라이즈 프로덕츠 파트너스는 최소 3건의 중국행 에탄 선적 허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전해졌다.

에탄은 천연가스나 셰일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함께 나오는 액화석유가스의 일종으로 고온 분해를 통해 에틸렌으로 전환돼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소재로 사용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에탄 생산국이고 중국은 이 에탄의 최대 수입국이다. 이 같은 구조는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셰일 혁명과 중국의 산업화가 맞물리며 형성됐다.
가정용 연료로 쓰이는 프로판과 달리 에탄은 산업용 수요가 집중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미국은 셰일 혁명을 통해 에탄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렸고, 중국은 이를 장기 수입해 자국 석유화학산업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에탄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수출 제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 같은 전략 자원을 ‘이중 용도’ 품목으로 간주해 수출을 통제하는 논리를 미국이 거꾸로 차용한 셈이다.

줄리언 렌턴 이스트 데일리 애널리틱스 천연가스액 분석 수석은 “에탄은 더 이상 셰일의 부산물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라면서 “중국은 미국산 에탄 기반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를 건설했지만 워싱턴이 그 투자가 계속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성화학은 미국산 에탄을 거의 전량 사용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공장을 운영 중이며 미국 기업들도 수출 물량의 약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외에도 에너지 트랜스퍼 역시 중국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위성화학과 함께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 신규 에탄 수출 터미널을 세우는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렌턴 수석은 “에탄 수출 인프라는 특정 기업 간 장기 계약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 번 흐름이 막히면 다른 수요처로 전환하기 어렵다”면서 “선박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에 이 연료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에탄 수송선(VLEC)은 30척 남짓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소 VLEC 한 척이 현재 멕시코만 앞바다에 정박한 채 미국 정부의 허가 방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단순히 일부 선적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면서 “수십억 달러가 수십 년 동안 상업적 계획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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